[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약 9개월째인 28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한 주택이 산불에 폐허가 되어있다.ⓒ천지일보 2019.12.28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약 9개월째인 28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한 주택이 산불에 폐허가 되어있다.ⓒ천지일보 2019.12.28

임시주택 장기 거주자 “사람 살곳 못된다”

새집 짓지만 추운 날씨에 공사 중단 우려

한전 측과의 보상 문제, 아직 끝나지 않아

[천지일보=신창원, 김빛이나 기자] “새해 소망요? 그런게 어디 있겠습니까…. 산불로 집은 집대로 다 타버리고 그나마 있는 짐은 짐대로 다 다른 곳에 두고 몸만 와서 이렇게 임시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앞두고 지난 28일 ‘강원산불’ 피해지역인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임시주택에서 만난 차조익씨는 새해 소망을 묻는 기자에게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조립식으로 새집을 짓고 있는데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공사가 중단되고, 결국 올겨울도 임시주택에서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9개월 가까운 28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불 피해민 차조익씨가 임시주택 앞을 지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8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9개월 가까운 28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불 피해민 차조익씨가 임시주택 앞을 지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8

차씨는 “임시주택이라는 것이 정말 임시로 몇일 머무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수개월씩 살라고 하면,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며 “포항지진에 이재민이 고생한다는 뉴스를 봤지만 그 일이 나의 일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내 집에 들어가 살아야 정신을 차리고 다른 일들을 생각할 수가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은 빨리 집다운 집을 만들어서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다른 주민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차씨의 말에 따르면 산불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50% 정도는 집을 지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9개월 가까운 28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불 피해 주택이 방치돼 있다.ⓒ천지일보 2019.12.28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9개월 가까운 28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불 피해 주택이 방치돼 있다.ⓒ천지일보 2019.12.28

한국전력공사(한전) 측과의 보상 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전하고도 이야기가 빨리 잘 돼서 타협을 봐야 하는데 정부는 (한전과) 피해주민들이 알아서 타협을 보라고 해놓고 나몰라라 하니 답답하다”며 “해결되는 것 없이 시간만 가고 있다. 이제는 봉사자들도 찾아오지 않고 마을이 조용한게 꼭 초상집 같다”고 말했다.

차씨가 거주하는 임시주택 인근에는 신축 중인 집들이 꽤 보이는 등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산불이 발생한 이후 불에 탄 모습 그대로 방치된 주택이나 가게, 공장은 변한 게 없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 거주하는 김종성씨도 차씨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모든 것이 빨리 복구돼서 새 보금자리가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단합해서 잘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봉포리에 살고 있는 정진태씨는 산불 피해에 따른 보상 부분에서 주택복구에 따른 보상을 바라고 있었다. 정씨는 “원래대로 복구한다면 33평 면적의 집을 지을 수가 있다”며 “보상문제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집도 빨리 짓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9개월 가까운 28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산불피해민의 주택이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8
[천지일보 고성=신창원 기자] 고성산불 피해 9개월 가까운 28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산불피해민의 주택이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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