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천지일보 2019.12.27
 

지난 21일 오후 2시 20분 일산에서 땅꺼짐 사고가 났다. 하루 만에 여의도에서 땅꺼짐 사고가 또 났다. 일하던 노동자가 떨어져서 사망했다.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주로 땅꺼짐은 터파기 공사 때 바른 공법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부실시공을 해서 노후 수도관을 건드렸을 때 발생한다. 그럼에도 사고가 터졌다하면 노후수도관 탓만 한다. 그렇게 하면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노후수도관이 무슨 잘못을 했나? ‘노후수도관’을 사법처리하라고 고소고발이라도 해야 하는가? 노후수도관이 문제라면 제때 노후수도관을 교체하지 않은 정부와 국회, 지자체 책임이다. 지금 당장 노후수도관은 전면 교체해야 한다. 수도관이 노후됐다고 해서 수도관을 파손한 업체와 업체 책임자의 잘못이 면책될 수는 없다. 땅꺼짐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서울시와 정부 모두 조용하기만 하다. 국회도 조용하다. 유족들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국토부가 하나 내어 놓긴 했는데 ‘특별점검’이다. 상투적인 말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 분주하다. 

국민들, 특히 일산 사는 주민들은 내가 발 딛고 있는 땅이 언제 푹 꺼질지 조마조마하다. 한 걸음 대딛을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하는 사회가 ‘사람이 먼저인 사회’인가? ‘사람이 맨 먼저’는 아니더라도 뒷전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나? 현실은 어떤가.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끄떡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생명을 경시하는 대한민국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고양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번 지반침하는 터파기 공사 중 흙막이 벽 이음부위에 누수가 발생해 사고가 났다고 한다. 2017년 2~4월에 네 차례 연달아 발생한 땅꺼짐과 같은 원인이다. 그래서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터파기할 때 사고를 철저히 막을 수 있는 공법을 쓰고 안전사고 예방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터파기 공사가 부실하게 된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사고가 날 때마다 이때만 지나가라 하는 무사안일주의가 널리 퍼져 있다. 지금 땅꺼짐 현상은 어느 지역에 한정되거나 어느 시기에 국한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역, 모든 시기에 발생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맞추어 대응할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와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고 재정을 투입해서 노후하수관을 전면 교체하고 부실시공을 하는 업체의 경우 허가 취소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사망 사고가 났을 때는 하청업체와 책임자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원청과 발주처, 그리고 주요 책임자를 엄히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 검찰과 경찰, 사법부가 기업을 봐주는 행태를 반복하는 바람에 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특히 원청과 발주처에 대한 처벌은 없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징벌적손해배상법을 제정해서 대응해야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달 전부터 주변 도로의 균열을 인지하고도 공사를 재개했다고 한다. 사고 위험이 있음에도 공사를 강행했다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수사를 철저히 해서 책임을 가려야 한다. 

국회는 시끄럽기만 하고 안전과 민생에 무관심하고 무능하다. 민주당은 국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 제정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양잿물도 먹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투쟁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며 국회를 끝없는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희생되는 건 안전과 민생이다. 그러면서도 안전과 민생을 앞세우고 있다. 분통터질 노릇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안전 대책 없이 지하를 함부로 파고 있다. 모든 난개발 특히 지하 난개발을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 땅 밑 묻지마 개발을 하다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있고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이제 땅 좀 그만 파자. 지하에 길 뚫고 고속도로 뚫는 작업을 그칠 때도 됐다. 사람 안전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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