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세밑에 가슴 훈훈한 소식이 체육학계로부터 날아왔다. 지난 12일 한국체육학회(회장 차광석 건국대 교수)는 이사회를 열고 지난 해 폐암으로 타계한 고 남상남 한양대 체육학과 교수 가족이 학회에 기부한 3천여만원을 학회 우수연구자상 제정을 위해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학회는 상 이름을 가칭 ‘남상남 교수 학술연구상’으로 정하고 매년 우수한 연구를 한 체육학자들에게 수백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연구발전을 격려할 방침이다. 한 개인이 학회에 거액의 기금을 전달해 학회 연구상을 제정한 것은 체육학회 70여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남상남 교수의 큰 아들 내외 등 유가족들은 고인의 보험금 등을 보태 학회에 의미있는 연구상을 제정해달라며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광석 체육학회장은 “학회에 큰 돈을 기부한 남상남 교수님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체육을 사랑하며 평생 학자의 길을 걸으시며 역동적인 삶을 살으셨던 고인의 숭고한 뜻을 살려 최고의 상이 될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체육학회장,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 한국대학육상연맹 회장 등을 역임한 고인의 일화는 지난 해 6월28일 천지일보 필자의 칼럼에 ‘육상인 남상남의 달려온 길, 걸어갈 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암 말기로 투병중이던 남 교수는 이 칼럼이 나간 뒤 채 한달이 안 돼 숨을 거두면서 실제로 부음 기사가 됐다.

경력에서도 알수 있듯이 남 교수는 평생 육상인으로 살고, 체육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청주 한 벌초,청주중, 청주고에서 단거리 육상선수로 전국체육대회 등에 출전하기도 했던 그의 성장기에 한국 육상은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보였다. 자연히 선수생활 이후 그의 삶은 한국 육상의 활성화에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교수시절인 1980년대 초반, 대한체육회보 ‘체육’에 획기적인 육상발전방안을 게재했으나 대부분의 육상지도자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실용화하지도 않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육상인으로서의 그의 실력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상임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발휘됐다. 비록 한국의 육상 수준은 세계와는 차이는 있었지만 경기 시설, 경기 운영 등에서는 선진국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비롯한 육상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소신대로 한국 육상은 아직 제대로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한때 황영조, 이봉주 등이 세계적인 선수로 활동했던 마라톤은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었고, 단거리와 중거리 등도 제 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선수 발굴, 지도자 개혁, 훈련방법의 과학화 등 중장기적인 한국육상발전계획을 내놓았던 그의 청사진은 조금씩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앞으로 한국 육상은 발전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고인은 한국체육학회장으로 한창 재정자립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2016년 12월 종합건강검진 결과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약물치료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중에 ‘가도 남상남의 달려온 길, 걸어갈 길’이라는 회고록을 집필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고인의 미망인은 남편의 죽음에 이어 1년이 지난 올해 9월 저 세상으로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남보다 많이 갖고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가는 게 인생이다. 생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자주 썼던 그의 뜻대로 유가족들이 소중한 유산을 모아 학회에 기증함으로써 후학들은 육상인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했던 그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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