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3

선거법 기습 상정으로 전격 개시
‘화장실’ 논란, 의원 간 고성 오가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3년 10개월 만에 펼쳐진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25일 자정을 기해 종료된다.

이날 오후 8시까지 기준으로 여야 의원 15명이 필리버스터의 토론자로 나섰다. 첫 토론자는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발언대에 섰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지난 23일 오후 9시 49분 시작되면서 사흘을 채우지 못한 채 50시간 11분 만에 종결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9일간 민주당이 벌였던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는 192시간 25분간 진행된 바 있다.

그에 비해 이번 필리버스터가 기간이 짧았던 것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임시국회 회기를 3∼4일씩 끊어 잡는 ‘깍두기’ 전술을 쓴 결과다.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고, 다음 회기에서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은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

한국당은 지난 23일 민주당의 깍두기 임시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카드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약 3시간 앞서 회기 결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으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임시회 회기는 이날까지로 정해져 예산 부수법안들에 대한 표결처리가 진행됐다. 한국당이 ‘무더기 수정안 제출’로 시간을 끌자 문 의장은 27번째 이후로 배치됐던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처리 순서를 기습적으로 앞당겨 상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민주당에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는 의미의 비난으로 ‘아빠 찬스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의장 사퇴” “아들 공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칠게 항의하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5

필리버스터는 대체로 다수파의 표결처리 강행에 맞서 소수파가 무제한 토론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수단이다. 그만큼 반대 의사가 강하다는 표시다.

그러나 이번 필리버스터 전개 양상은 민주당 의원들이 ‘맞불’ 필리버스터에 나섰고,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가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 의원들과 번갈아 가며 찬반 토론을 벌이자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의사진행 방해’를 방해하고 있다”며 “꼴불견 민주당”이라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필리버스터는 발언대에서 이석(移席)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때문에 과거 필리버스터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첫 토론자인 주호영 의원은 성인용 기저귀를 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 의원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문 의장의 ‘3분 허락’을 받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러자 바통을 이어받은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김 의원 사례를 들어 토론 도중 화장실에 다녀오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5시간 50분)이 최장 시간 발언했고, 1인당 토론 시간은 차츰 짧아져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45분 만에 발언대에서서 내려왔다.

여야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조를 이뤄 번갈아 가며 상대 당 의원의 토론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토론자와 사회자, 다른 의원들 사이에 계속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7시 56분쯤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7시 56분쯤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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