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대표적인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는 파스퇴르유업 창업주인 최명재 회장이 사재를 털어 1996년 세운 학교로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진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다.

필자가 강남의 중학교에 근무하던 10여년 전에도 민사고에 진학하는 학생이 단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영재가 모이는 학교였다. 중학교 내신 1% 내외의 성적과 어학, 수리 등 다방면에 뛰어난 영재들이 겨우 합격했다. 심지어 어떤 해는 단 1명도 합격 못 하는 일도 있었다. 진정한 문·이과 통합 영재들이 다니는 학교다. 민사고 학생들의 수많은 외국 대회 수상 경력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 최상위 영재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민사고의 교훈이 ‘민족 주체성 교육으로 내일의 밝은 조국을. 출세하기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자. 출세를 위한 진로를 택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하자. 이것이 나의 진정한 행복이고 내일의 밝은 조국이다’이다. 민사고의 교육목표 또한 민족 주체성 교육을 통한 각계각층의 지도자 육성과 학문을 위한 공부와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 선택을 통해 학생 자신의 행복과 내일의 밝은 조국을 지향한다고 한다.

민사고는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일반고와 다른 차별화된 교육을 시행한다. 교사와 학생의 비율이 1대 4를 넘지 않는다.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수업에서 영어를 사용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 국궁, 대취타 등 100여개 달하는 동아리도 운영하며 태권도와 기공을 통한 정신력과 효 정신을 배양하고 다양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으로 인성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학 학년당 정원이 150명 수준으로 한 반에 13~15명씩 소수정예로 운영된다. 전교생 모두가 한복 형태의 교복을 입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교에서 짠 시간표가 아닌 자신이 직접 시간표를 짜 수업에 참여한다.

지난주에 민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모습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아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똑똑하고 재기 넘치고 발랄하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들이 아니었음에도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져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평소에는 웃고 떠들고 마음껏 밝은 얼굴로 끼를 발산하며 발랄한 행동을 보이다가 제작진이 문제를 내면 모든 학생이 표정과 태도가 돌변해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멘사급 천재들이 풀 수준의 문제를 몇 초, 몇 분 만에 답을 풀어내 감탄을 자아냈다.

학생들은 퀴즈 문제를 푸는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뮤지컬, 랩, 춤 등 다양한 소질을 보여줬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닌 정말 다양한 인재들의 집합소 같았다. 힙합 동아리 회장인 이승효 학생이 BTS의 커버 댄스를 싱크로율 100%로 재현하는 것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승효 학생은 SM, JYP를 포함한 연예기획사에 14번 정도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니 더 놀라웠다. 학생위원회 행정 위원장을 맡은 남학생은 여자가수인 선미의 가시나 춤을 완벽하게 춰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공부 머리만 뛰어난 영재들이 아닌 진정 사회의 지도자가 될 만한 다양한 능력을 갖춘 모습이었다.

강원도 내 유일한 자사고인 민사고는 지난 7월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초과해 자사고 지위를 5년 더 연장하게 됐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대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면 민사고 학생도 강원도에서만 뽑아야 한다. 강원도 내에 민사고에 진학할 만한 영재들이 많지 않아 정원 480명을 채울 수도 없고, 재정이 줄어들어 현재의 차별화된 영재 교육과정은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짙은 화장을 하고, 미니스커트 교복을 입고 어른들이 보는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과 민사고 학생들을 섞어 교육하는 것은 국가의 손해다. 서열화된 사회를 그대로 둔 채 자사고에 책임을 물어 강제로 일반고로 전환 시키는 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의 싹을 잘라버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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