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구걸이 아닙니다. 일하는 중입니다.’
[포토다큐] ‘구걸이 아닙니다. 일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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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천(54, 남, 용산구)씨에게 빨간 패딩에 달린 빅이슈 배지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손으로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4
석재천(54, 남, 용산구)씨에게 빨간 패딩에 달린 빅이슈 배지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손으로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4

‘빅이슈(The Big Issue)’는 1991년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비주택, 비적정 거주민을 포함한 주거빈곤층)를 대상으로 합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대중문화 잡지다. 현재 서울, 부산 지역 등을 중심으로 60여명의 잡지 판매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판 '빅이슈'는 온라인 커뮤니티 '빅이슈 한국판 창간 준비모임'을 통해 시민들이 모여 시작됐다.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는 이들은 빅이슈 판매원이라고 부르며 줄여서 빅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빅이슈를 외치고 있는 석씨의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빅이슈를 외치고 있는 석씨의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빅이슈~!”

23일 오후 서울역 9-1번 출구. 빨간 패딩을 입은 한 남성의 목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졌다.

여러 번 외쳐 목상태가 많이 피로해보였음에도 그는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노점이나 구걸하는 줄 알고) 그냥 지나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나가는 버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석씨의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지나가는 버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석씨의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석재천(54, 남, 용산구)씨는 8년째 빅이슈 판매원(빅판)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빅이슈’는 새로운 삶이자 희망이었다.

석씨는 빅이슈 판매원이 되기 전까지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거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던 일용직 노동자였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빅이슈 잡지를 알게 됐고, 2주간 임시 판매원 기간을 거쳐 정식 판매원이 됐다. 정식 판매원이 되기까지 석씨는 많은 노력을 했다. 남산에 올라가 혼자 인사 멘트와 행동 하나하나 연습했고 복장도 신경 썼다.

많은 이들 사이로 빅이슈를 외치는 석재천(54, 남, 용산구)씨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많은 이들 사이로 빅이슈를 외치는 석재천(54, 남, 용산구)씨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석씨는 건대입구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당뇨병이 걸리면서 몸이 안 좋아졌고, 일을 하기 힘들 땐 며칠씩 쉬기도 했다. 그 사이에 해당구역 담당자가 바뀌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건대입구와 강남을 거쳐 지금 자리로 오게 됐다.

석씨가 수레에 있던 잡지를 꺼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석씨가 수레에 있던 잡지를 꺼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석씨가 책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석씨가 책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잡지를 구매하는 분들은 대부분 빅이슈에 대해 알고 있어요”

서울역 9-1번 출구 앞 빅이슈 판매원 석재천(54, 남, 용산구)씨가 잡지를 판매하고 있다. 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하지만 눈길 주는 이들은 드물다. ⓒ천지일보 2019.12.24
서울역 9-1번 출구 앞 빅이슈 판매원 석재천(54, 남, 용산구)씨가 잡지를 판매하고 있다. 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하지만 눈길 주는 이들은 드물다. ⓒ천지일보 2019.12.24

오후 1시부터 석씨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끊이지 않고 빅이슈를 외쳤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눈길을 주거나 발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한 시민이 석재천(54, 남, 용산구)씨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네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한 시민이 석재천(54, 남, 용산구)씨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네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이러한 가운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추운 날씨에 따뜻한 음료를 전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빅이슈 판매원 석재천(54, 남, 용산구)씨가 추운 날씨에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빅이슈 판매원 석재천(54, 남, 용산구)씨가 추운 날씨에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추운 날씨에 손이 시려울 때마다 그는 장갑을 벗고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이곤 했다.

“손 많이 시려우세요?”

“아냐 괜찮아요”

손을 좀 녹였다 싶을 때 다시 장갑을 끼고 빅이슈를 외쳤다.

추운 날씨에 석재천(54, 남, 용산구)씨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추운 날씨에 석재천(54, 남, 용산구)씨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추운 날씨에 패딩, 장갑, 귀마개로 중무장한 석씨의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추운 날씨에 패딩, 장갑, 귀마개로 중무장한 석씨의 모습. ⓒ천지일보 2019.12.24

석씨는 보통 평일엔 오후 2시부터 오후 7~8시까지, 주말엔 오후 12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일한다. 잡지가 빨리 팔리면 종종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석씨의 경험상 잡지는 주로 15~30분 단위로 팔렸다. 이날도 그랬다.

지하철역사 앞이나 거리에 자리를 잡다보니 (빅이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노점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합법적으로 하는 만큼 단속 대상은 아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었을까 한 여성이 빅이슈 판매대를 지나 걸어가던 중 계속 뒤돌아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그 여성은 빅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잡지 한 권을 구매했다. 그에게 물어보니 “빅이슈가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것에 대해 알았다”면서도 “직접 구매하진 못했다. 매번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고 말했다.

한 여성이 다가와 석씨에게 잡지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한 여성이 다가와 석씨에게 잡지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한 시민이 빅이슈 잡지를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한 시민이 빅이슈 잡지를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그는 “오늘 처음으로 빅이슈를 구매했는데 너무 뿌듯하다”며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일하는 (빅이슈 판매원 분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고, 힘내세요!”

일용직 노동자의 삶에서 빅이슈 판매원으로 제2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석재천(54, 남, 용산구)씨.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책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일용직 노동자의 삶에서 빅이슈 판매원으로 제2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석재천(54, 남, 용산구)씨.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책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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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 2019-12-24 21:46:16
나도 홈리스인데! ㅋㅋ우린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요. 내 자리에서 맡은 일만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건데 간섭하고 테스트하고 무시하고 트집잡다보니 사건 사고가 터지는 거라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