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9 KB굿잡 부산 잡 페스티벌’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3
지난 10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9 KB굿잡 부산 잡 페스티벌’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3

2000년대 들어 하향취업 증가
금융위기 후 상승 가팔라져
매장 판매직·서비스직 등 종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대학을 졸업한 취업자 가운데 약 30%가 굳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가졌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곧 3명 중 1명 정도는 눈높이를 낮춰 취업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대졸자에게 적정한 일자리가 모자라는 가운데 장년층까지 은퇴 후 눈높이를 낮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면서 이 비율은 더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23일 발표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 수 대비 하향취업자 수로 정의한 하향취업률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30%를 상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하향취업이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요구되는 학력에 걸맞은 일자리를 구하면 적정취업이라고 칭했다. 한은 연구진은 대졸취업자가 직업분류상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로 취업하면 적정취업으로 분류하고, 그 외 나머지 직업을 가지면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그 일례로 대졸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매장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대졸자가 종사하는 경우 하향취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에 22%∼23%였던 하향취업률은 올해 9월 30.5%로 뛰었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보고서는 시기별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하향취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배경에 대해서는 고학력 일자리 수요가 대졸자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반영했고, 2000∼2018년 중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하향취업률은 청년층 외에 장년층에서도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장년층이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파악했다. 대학 전공별 하향취업률은 의약·사범계열이 10% 이내로 낮았지만, 인문·사회, 예체능, 이공계열은 30% 내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취업자 중 85.6%는 1년 후에도 하향취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4.6%만 적정취업으로 전환했으며, 이는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은 2004∼2018년 평균 177만원으로, 같은 기간 적정취업자 평균임금 284만원보다 38% 낮았다. 다만 이런 임금 차이에는 상대적으로 능력이 낮은 대졸자가 스스로 하향취업을 선택했을 가능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보고서는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향취업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 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면서 “노동시장 제도를 개선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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