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헌법은 사회적 기본권을 근간으로 사회국가원리를 헌법상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사회국가원리는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통해 사회적 정의의 구현을 그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국가원리이다. 헌법재판소는 사회국가에 대해 사회정의의 이념을 헌법에 수용한 국가, 사회현상에 대해 방관적인 국가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의 형성을 위해 사회현상에 관여하고 간섭하고 분배하고 조정하는 국가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각자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그 실질적 조건을 마련해 줄 의무가 있는 국가라고 했다.

사회국가원리는 객관적인 국가의 목표이기 때문에 개인이 국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급부청구권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때, 우선 인간의 생존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구체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존을 전제로 한 인간의 존엄성은 더 이상 보장될 수 없게 된다.

개인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전혀 없는 경우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은 보장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가는 인간다운 생활을 최소한 유지하기 위해 최저생계를 보장해 줘야 한다. 개인에게 최저생계의 보장은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국가는 적극적인 급부의 제공을 통해 최저생계를 보장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국가원리에 기반하는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체화하는 입법을 해야 할 과제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은 제34조 제2항에서 국가에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을 위한 노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입법자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사회보장법을 제정하고, 이 법률에 의해 비로소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권리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사회보장수급권이라고 한다.

사회보장수급권은 국가가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이라는 국가과제를 이행한 결과로 제정된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이다. 헌법은 제34조 제2항을 통해 직접적으로 개인에게 사회보장수급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헌법은 국가에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실현방법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위임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보장수급권은 입법자가 헌법으로부터 주어진 과제를 사회보장법의 제정으로 이행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보장수급권에 대해 헌법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부터 나오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헌법재판소도 사회보장수급권에 대해 구체적 법률에 의해 비로소 부여되는 권리라고 하면서도, 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기본권 중의 핵심인 권리라고도 했다. 그런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사회적 기본권이고, 이 사회적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입법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된 법률상의 권리가 사회보장수급권으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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