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리지 않은 이가 없고 혀를 차지 않은 사람이 없다.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은 정당연설회를 빌미로 극성 극우주의자들을 국회로 끌어들여 목불인견의 폭력사태를 유발하고 말았다. 단순한 폭력사태가 아니다. 본청 진입을 시도했고 국회의원들을 공격했다. 설훈 의원은 시위대가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며 공격했다. 안경을 떨어트리고 태극기 깃대로 맞았다. 이정미 의원,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도 공격을 받았다. 의원들이 공격을 받은 건 매우 심각한 일이다. 헌법 기관이 공격 받은 것이니까. 그것도 국회 안에서.

폭력의 대상이 정의당에 집중됐다. 정의당 대변인에게는 얼굴에 침을 뱉기까지 했다. 정의당 당원의 뺨을 때리는 자도 있었고 머리채를 잡는 자도 있었다. 태극기 깃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자도 있었다. 홍익표 의원에 따르면 16일 국회 안에서 성추행도 있었다. 이 쯤 되면 양심 있는 사람은 사과를 한다. 황 대표는 사과는커녕 국회 난입한 ‘지지자들’을 향해 ‘잘했다’고 칭찬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의 회의 진행을 방해한 것을 두고 “여러분이 승리했다”면서 투쟁심을 부추겼다. 국회로 난입한 극성 극우주의자들을 부추겨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황 대표는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별한 행동’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저돌성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김세연 의원이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말하면서 ‘한국당 현역의원 전원의 물갈이’를 외치고 공관병 갑질 논란을 불렀던 예비역 장성 박찬주씨를 영입으로 여론이 들끓게 되자 그가 내놓은 응답은 무기한 단식이요, 극단적인 정치투쟁이었다. 극우주의자들의 국회 난입과 폭력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황 대표가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기획한 무리한 정치행보의 결과인 것이다.

폭력 무리들이 국회에 난입한 걸 보고 필자는 자유당 때의 폭력 집단의 국회 난입과 정치테러를 연상했다. 자유당 때 폭력 집단은 누구의 사주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했다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번 경우에는 폭력집단의 한 가운데에 제1야당 대표가 있었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황 대표는 갑자기 집회 시위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황 대표가 이전에도 집회의 자유를 외친 인물이었다면 그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고 믿음도 갈 것이다. 집회와 시위를 하는 학생과 민주인사를 공안의 잣대로 심판해온 공안 세력의 대부격인 인물이 황 대표다. 공안의 경력으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했다. 황 대표가 진정으로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고 확대하자고 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집회의 자유’를 끌어 왔을 뿐이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을 ‘찬양하고 고무’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욕설과 협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앞세우고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에서 만든 법률이다. 여야 간 극렬한 대립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절대 다수결’을 의미하는 60%는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민주주의 절차법이라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황 대표가 민주주의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태이다.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경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걷는 사이 민생과 안전 법률안을 포함한 법안이 1만건 가까이 국회 캐비넷에서 잠자고 있다. 제2, 제3의 김용균은 계속되고 있고 무주택자들과 비정규직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사생결단 행동에 이은 국회 안 폭력 사태는 그의 말과는 달리 황 대표에게 패배를 안길 것이다. 극우세력과 지지세력 안에서 황 대표의 입지는 강해질지 모르지만 한국당의 입지는 좁아지게 될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더욱 힘든 상황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황 대표는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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