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북한이 ‘큰 선물’을 준비한다는 크리스마스가 내일 모레다. 과연 북한은 미국을 향해 뭔가 보여줄 준비가 돼 있는가. 자칫 군사적 대결로 이어질 북미 사이 강 대 강은 그렇게 쉽게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지난 주 스티븐 비건이 서울로 날아온 뒤 평양발 ‘말폭탄’은 휴전상태였다. 북한의 심사숙고 모드는 그만큼 빅 이벤트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 마디로 북한은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싸워 이기기는 절대로 어렵다. 전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북한 체제는 그럭저럭 굴러가는 체제로 취약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간들간들한 운명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은 결연하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중대한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재개할 수 있길 희망한다. 나는 우리가 이 과정(비핵화 협상)을 다시 시작하고 외교의 길을 계속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우리는 정치적 해법이 한반도를 비핵화하고 북한의 프로그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최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이길 대비태세가 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그것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역시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북한이 다양한 것들을 내비치긴 했지만 우리는 어떠한 정보 사항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을 때 미국이 카운트 펀치를 날릴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군사옵션을 사용하기엔 부담이 크다. 북한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이나 워싱턴 등에서 대규모 희생을 감수하고 북한에 군사옵션을 쓸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레드 라인을 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군사옵션을 발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은 2017년처럼 군사옵션 준비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미군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중이고, 문재인 정부도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때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군 대비태세를 비교해보자. 2017년 위기 때엔 미 국방부가 한반도 주변에 군사력을 미리 증강해놨었다. 당시 일본 이와쿠니·요코다·가데나 기지에 스텔스기인 F-22 및 F-35와 해병대용 F/A-18E/F 수십 대를 배치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도 B-2 스텔스 폭격기와 B-1B 랜서 및 B-52H 전략폭격기를, 오산·포항엔 아파치헬기와 F-16, F/A-18E/F 수십 대가 왔었다. 항공모함도 평시 1척에서 ‘2+2’ 체제로 강화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도 떨고 있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인가.

그들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발사장을 미 공군이 날려버린다든지 하는 써지컬 스트라이크도 두렵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최고 존엄에 대한 ‘참수작전’이다. 2년 전인 2017년 미국은 항공모함을 동원했는데 거기에는 현대 무기의 총아 F-35B가 실려 있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는 데브그루나 델타포스와 같은 특수부대를 싣고 북한의 어느 곳에나 다가가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북한에게는 분명한 최대 위협이다.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수행하기는 어렵다. 이를 잘 알기에 김정은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부디 북한의 외교모드가 군사적 모드로 전환되지 않기를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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