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국회가 정말 희대의 코미디를 통하여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정치권은 유아적 땅따먹기 놀음에 혈안이 되어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블랙 홀을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5G시대가 성큼 다가 온 마당에 정치권은 패스트 트랙, 공수처법, 연동형비례대표제, 석패율, 캡씌우기, 4+1 등 생소한 용어를 생산하며 민생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하면서 격돌을 즐기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은 어쩌다가 저런 막가파 정당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며, 비교적 정당의 이념을 분명히 하면서 정당내부의 거버넌스를 잘 지키던 정의당은 선거제 협의과정에서 그들의 순정한 정체성이 국익이나 진보권의 편익이 아닌 오로지 정당의 사익(?)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군소정당이 도대체 왜 운명을 걸고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관철시키려 하는가?

현행 제도를 보완하면 차선이나마 정쟁을 막고 주권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선거제도로 운용할 수는 없을까?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이 마주해 대강의 안을 만들어 군소정당과 협의를 하는 방식이 아닌, 마치 차남을 팽시키고 장남과 조카들이 모여서 그들만이 아는, 그들만의 이익을 담보하는 희한한 안을 소곤소곤 합의해 통과시키려다가 결국은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 합의안을 찾지 못 한 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고, 화가 치민 왕따 당한 차남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대항카드로 비례한국당(?) 창당 카드를 내밀어 4+1협상팀을 당황케 하는 등 참으로 아쉽고도 야속한 정치권의 모습이다.

비례대표제는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소수에게 의회 진출의 기회를 줌으로써 정당정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군소정당의 난립을 초래할 위험성과 같은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비례대표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정당을 매개로 해 정당이 작성한 후보자의 명부에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투표는 투표권자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여 득표수가 많은 자가 당선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득표수가 2위인 자나 3위인 자에게 투표한 자의 투표는 사표가 되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이 사표를 구제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 비례대표제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또한 사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인데,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배분하는 선거제도로 지역구 1위 후보는 무조건 당선되고, 각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 수를 조절해서 각 당의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합한 숫자를 정당 득표율에 맞춘다.

고도(?)의 수학적 지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산식이지만 결과적으로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만 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건 상관없이 민주당과 정의당의 합친 의석수는 늘어나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의석수는 줄어든다고 한다.

선거는 선거제도 그 자체만의 개혁으로 진정한 개혁이 되기 어렵다. 정치제도, 정치구조 전반을 개혁차원에서 연동해 검토해야 한다. 삼권분립과 국회권한조정 차원에서의 국회양원제, 투표의 등가성·사표방지 등의 차원에서 중·대선거구제, 학령·학제개혁과 연계된 선거연령 하향조정, 대선·총선과 지방선거의 조화 등을 고려한 종합적 정치개혁을 위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원 포인트형 정치개혁인 연동형비례대표제 만의 논의는 개악일 가능성이 너무 크다.

궁극적으로는 정부형태(대통령제, 내각제)에 관한 헌법적 논의를 포함한 공직선거법·정당법의 연계적 손질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분권에 관한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차원의 정치개혁 논의의 장이 정치권만이 아닌 국민 중심으로 펼쳐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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