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들

최문자(1943 ~  )

 

어머니를 꽉 쥐면
주루루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시평]

우리 일상의 삶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 것들은 대체로 ‘어머니’ ‘사랑’, 그리고 남에 대한 ‘적의’ 등의 생각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한 번도 ‘어머니’를 마음에서 놓친 적이 없다.

어머니는 늘 우리의 가슴 한 부분에 소중하게 자리하고 계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음에서 떠나보낸 적 또한 없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 대하여, 또는 어느 상대에 대하여 우리는 ‘적의’를 품을 때 또한 많이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일상을 이끌고 있는 이들 ‘말’들을 쥐어짜면, 과연 이들 말들에서 어떠한 것이 나올까. ‘어머니’라는 말을 짜면 주루루 눈물이 쏟아진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렇다. 어머니라는 이름만 불러도 자신도 모르게 맺히는 눈물. 그런가 하면 ‘사랑’이라는 말을 쥐어짜면 ‘쓰라림’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사랑은 늘 아픈 이별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진한 사랑일수록 이별은 더욱 쓰라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의’라는 말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우리가 세상이나 상대를 적으로 품는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의 못났음을 드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우리네 삶이란 복잡다난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어머니’, ‘사랑’, ‘적의’, 나아가 ‘눈물’, ‘쓰라림’, ‘비린내’ 등 몇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의 가슴을 CT로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허허로운 허공이 우리의 전부일 수 있지 않을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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