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내 경비교도대의 숙소 뒤편 공동묘지에서 유골 40여구가 발견된 장소. ⓒ천지일보 2019.12.21
옛 광주교도소 내 경비교도대의 숙소 뒤편 공동묘지에서 유골 40여구가 발견된 장소. ⓒ천지일보 2019.12.21

5월 단체 등… 5.18 시신 가능성 기대
“억울한 죽음 보상받고 진실 밝혀지길”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옛(舊)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지난 19일 신원미상의 유골 40여구가 발견되면서 광주 오월 단체 및 시민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유골이 발견된 옛(舊)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계엄군이 주둔했던 장소로 실제 ‘암매장 의혹’ 소문 등 증언자도 있었던 곳이다. 이에 이번 유골 발견과 관련해 5.18 당시 사라졌던 피해자들의 시신일 가능성을 두고 광주 5.18 재단과 3단체 등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대행은 지난 20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를 찾아 부지 내 무연고 묘지 개장 작업 중 “저희가 관리하지 않는 신원미상의 유골 40여구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유골이 발견된 곳은 법무부가 솔로몬로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부지로 무연고 묘지가 일부 포함됐다. 공동묘지 개장 작업은 지난 16일부터 이뤄졌으며 김오수 장관대행과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은 지난 19일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로부터 개장 작업 과정에서 발굴된 유골 등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5.18 기념재단은 지난 2017년 5.18 암매장 발굴과 관련해 땅속 레이다 탐사 GRP(Ground Penetratein Radar) 조사 분석 등 대대적인 발굴 작업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이번에 발견된 유골은 지난 2017년 발굴 대상지는 아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또 광주교도소가 관리하지 않은 유골인 데다 교도소 내 경비교도대의 숙소 뒤편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것이어서 5.18 당시 행불자일 것이라는 추측만 하는 상황이다.

특히 피해당사자 가족을 둔 오월어머니들은 “40여년 기다렸는데 분골이라도 만져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분위기다.

김오수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를 방문 무연고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유골 40여구에 대해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1
김오수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를 방문 무연고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유골 40여구에 대해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1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월어머니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온 분들이어서 유골 발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직계가족이 아닐지라도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알기에 5.18 당시의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며 어머니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전(前) 원효사 주지인 현지스님은 “암매장한 사실이 없었다고 한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겠냐”며 “이제라도 찾아서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는 비석이라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넝마주이나 무연고, 무의탁 아동 등 청·장년이 많았으나 5.18 민중항쟁 이후 볼 수 없었다”며 “보호자가 없던 이들이라 찾지도 않았다. 어디로 갔을지 짐작 가는 부분이며 실제 옛 광주교도소 인근에 암매장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번 유해 발견이 진실을 인양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8 기록관장을 역임했던 나간채(전남대 명예교수) 광주연구소 이사장은 “5.18에 대한 새로운 진실이 하나씩 발견되고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좋은 응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역사라는 게 완성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에 그동안 오랜 세월 노력했지만 이번에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측면에서 5.18 진실이 규명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5월 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도 “이번 유해 발견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5월 영령의 억울한 죽음이 보상을 받고 5.18의 진실이 세상에 빛을 발하기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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