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4

검찰 “발언기회 달라” 반복 요청

재판부 “앉으라”며 허락 안 해

檢 “지금 전대미문 재판하는 것”

판사·검사, 실랑이에 목청 높여

변호인 “오늘 같은 재판 처음”

“저희 비판하려 발언권 얻었나”

검찰·변호인도 연이어 말다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담당 재판부와 검찰이 고성을 지르며 격한 대립을 펼쳤다. 공소장 변경 문제로 양측의 감정이 쌓이면서 재판이 일촉즉발의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9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앞서 검찰은 재판부의 소송 지휘 태도와 공소장 변경신청 불허 결정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 공판준비기일 조서에 이에 대한 검찰의 이의신청 부분이 기재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이날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원칙에 맞춰 이 법정 안에서 설명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한 부분은,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의견서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에 대해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가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 소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앞에서 취재진들이 정경심 교수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10.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앞. ⓒ천지일보 2019.10.3

이어 “지난 기일 핵심 내용인 공소장변경 신청을 법원이 허가하지 않았고, 검사가 이의를 신청했음에도 그 부분이 기재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 부분에 한해 수정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검찰의 항의는 계속됐다. 재판부가 의견 진술을 하겠다는 검찰의 요구를 묵살한 채 재판을 진행하려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특별히 직접 공판에 참여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저희에게 직접 의견 진술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재판부 입장도 다시 한번 돌아보겠다고 했다”며 “앉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들은 번갈아가며 재판부와 생각이 다르기에 이의제기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꿈쩍도 않고 “앉으라”고 반복 지시해 실랑이가 벌여졌다. 반발하는 검사들을 저지하면서 송인권 부장판사의 언성도 높아졌다.

고 부장검사는 “저희에게 의견 진술 기회 주시고 나중에 변호인 의견 들으면 되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재판부에 물었다.

재판부는 “필요 없다”고 답했고, 검찰은 즉각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재판부는 곧바로 기각했다.

검찰은 “어떤 이의제기를 하는 것도 모르면서 기각하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윽고 폭발한 검찰은 “검찰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시고, 변호사에게는 의견서를 실물 화상기에 띄워 직접 어느 부분이냐고 묻는다”며 “지금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시다. 지금 재판에 지장을 주려고, 소란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공문서가 사실과 달라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인데 재판장은 단 한마디도 안 듣는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강백신 부부장검사는 “재판부가 변호인 말할 때 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하라고 하고 검사들이 할 때는 계속 말을 끊는다”며 “전체의견 듣고 변론에 대해 소송지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검찰과 정 교수 변호인들도 충돌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아까 (검찰이) 공판중심주의 말했는데, 대전제는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며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발언권을 얻는 게 선행돼야 하지 않나. 저는 오늘 같은 재판을 본 적이 없다”고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고 부장검사도 이에 지지 않고 “변호인도 저희 비판하려고 발언권 얻은 게 아니다”라며 “저는 재판장이 검찰 의견 안 받아들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검찰이 제공할 기록 열람·복사가 늦어지는 걸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들은 갈등을 빚었다. 검찰이 변호인 측에서 직원을 보내 복사를 진행하는데 빨리 복사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부러 지체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변호인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등사한 자료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다시 검찰에게 검토하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늦어지는 거라고 항변했다.

결국 이날 재판이 별 소득 없이 종료되자 고 부장검사는 “저희들로서도 재판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심히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만 재판 진행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의견을 말하려 한 건데 안 받아들여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회에는 불필요한 잡음이나 마찰이 안 생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고 부장검사는 이 사건 주요 수사 대상자에 대한 기소를 연내에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도 말했다. 현재 관련 사건에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주요 수사 대상자는 조 전 장관이 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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