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생활고를 비관한 어머니가 딸을 흉기로 찌르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딸이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는 기막힌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6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시내 입원한 이모(여, 22) 씨가 ‘어머니의 자살을 막아 달라’며 112에 신고 접수를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넥타이 끈으로 목을 조르려던 김모(여, 55) 씨를 붙잡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사건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은 조사 과정 중 의문이 생겼다. 흉기에 찔려 전치 4주의 상처를 입고 입원한 이 씨가 어머니의 자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등을 이상히 여겼던 것.

계속된 추궁에 굳게 입을 닫아왔던 이 씨는 흉기에 찔린 상처에 대해 ‘어머니가 한 일’이라고 자백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머니 김 씨는 12일 오전 4시경 집에서 딸과 생활비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함께 죽자’며 딸을 한차례 찔렀다. 이어 김 씨는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했다.

경찰은 주점을 운영하던 김 씨가 두 달 전 폐업을 하고 생활고를 겪다가 딸의 신용카드를 함께 써왔는데, 카드가 사용한도가 초과돼 정지되자 딸과 승강이를 벌여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살해 시도를 알았던 경과에 대해 딸은 사건 당일 어머니가 전화로 ‘괴로워 죽으려 한다’고 하자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딸이 자신을 찌른 어머니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김 씨가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며 자해 위험성이 높아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의 구속 영장에 대해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김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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