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이 부르던 ‘정가’는 절제와 느림의 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한국 전통 성악입니다.

봄을 대표하는 꾀꼬리를 형상화한 궁중무용의 꽃인 ‘춘앵전’은 궁중무용 중 춤사위가 많은 편에 속해 다른 춤보다 빠를 것 같지만 동작이 매우 느리고 절제돼 있습니다.

우아하고 바른 음악이란 뜻의 정악은 궁중이나 관아에서 즐겨듣던 노래였고 19세기 당시 가장 빠른 음악은 민간에서 연주하던 대금 산조라고 하지만 현대 음악과 비교하면 빠른 편도 아닙니다.

이와 같은 ‘느림’을 우리 조상들은 아름답고 품격 있게 여긴 듯합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빠른 것이 미덕이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유를 찾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슬로우’ 열풍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유유자적한 ‘슬로우시티’의 전주,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자는 ‘슬로우푸드 운동’ 무리하게 살 빼지 말고 체질개선을 하자는 ‘슬로우 다이어트’ 직접 나무 가구들을 만드는 ‘슬로우 퍼니처’ 외에도 ‘슬로우 쇼핑’ ‘슬로우 경영’ 등 느림의 미학이 곳곳에 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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