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정시 비중을 두고 교육부가 지난해 공론화위원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 결론이 무색하게 정시 비중은 30% 상향에 그쳤다. 조국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정시 확대를 다시 요구해도 교육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하자 다시 입장을 급선회해 지난 11월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이 현재 고1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대까지 상향하고, 불공정 문제가 제기된 학종의 비교과영역은 2024학년도부터 대폭 축소한다. 개인 봉사활동 실적과 교내 수상경력, 독서 활동은 대입자료로 사용을 하지 못하고 소논문이나 방과후학교 수강 내용은 내년도 대입까지만 학생부 기재가 허용되고, 자기소개서는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폐지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농어촌 학생,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 이상 선발하는 사회통합전형도 새로 도입한다.

현재의 입시제도에서 수시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70~80%가 되는 것부터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이제라도 입시 제도를 공정이란 화두에 맞도록 개정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니 다행이다. 이미 학생부는 학생이 셀프 기재해서 초안을 제출하고, 자소서는 첨삭을 받지 않고 내는 학생이 없다는 것은 고교생이면 다 안다. 교육부만 모른 척 한다. 소논문은 교수 자녀들의 스펙에 활용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현대판 음서제도로 전락한 학종은 하루 빨리 폐기해야 한다.

수능은 누구나 공정하게 객관적인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시험이므로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입시의 공정성이 보장된다. 불행한 학창생활을 보내는 원인인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해 아이들이 내신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입시전형 가짓수가 3천개가 넘는 수시, 학종 입시를 활용해 정보력과 자금력을 가진 금수저 자식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수시, 학종 탓에 대학입시가 학생 개인의 능력을 겨루는 것이 아닌 부모의 능력을 겨루는 것으로 변질됐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를 의무 선발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학에 진학해 동일한 수준의 학업능력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대상자 자체가 부족한데 억지로 비율을 맞추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

강남 학생들이 유리하고 지방 학생들이 불리하기 때문에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 어느 지역에 거주하던 본인의 의지와 능력에 의해 일명 1타 강사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다 들을 수 있다. 어느 지역에 살던, 어느 학교를 다니던 공부를 열심히 해 점수가 높은 학생이 좋은 대학 가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에 사는 머리 나쁜 아이들이 수시와 학종을 이용해 편법으로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70년대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닌 필자의 학교에서도 서울대를 가고 의대를 가는 학생이 있었다. 중학교 내신 5~10%의 우수한 아이들이 대학을 갈 형편이 안 돼 공업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필자도 3학년이 되어서야 대학 진학을 위해 독학으로 공부를 했고, 학교의 내신을 9등급으로 반영하는 입시제도 덕분에 국립대에 진학해 교사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제도하에서는 불가능하다. 내신을 아예 반영하지 않으면 고교 서열화가 더욱 심화되기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학교 내신을 20% 정도는 등급으로 반영해야 된다.

금수저가 아니어도 스스로 잠을 줄이고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하면 좋은 대학을 가는 사회가 공정하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도 제주도에 살면서 서울대 수석을 하고 대전고, 전주고 등 지방 명문고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묵묵히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해 전국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신화가 나와야 제대로 된 사회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도 좋은 대학 들어가고, 시험 한번 보지 않고도 의전원까지 합격할 수 있는 제도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지금과 같은 불공정한 제도가 몇 년간 유지되는 것도 모순이니 더 빨리 바꿔야 한다.

지금 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일반고 교실의 몰락이다. 진보교육감과 전교조에 장악된 학교가 학력향상보다는 학생의 행복한 학교를 만든다는 미명하에 학력향상을 소홀히 한 원인이 크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학원을 다녀라. 학원에서 안 배웠니?”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고의 현실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나 노는 학생이 똑같이 누리고 사는 게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노력하는 학생이 인정받고 좋은 대학을 진학하는 입시제도가 공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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