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17

文대통령, 직접 지명 배경 설명

“시대적 요구에 잘 맞는 적임자”

정치인 총리로 국정동력 유지

한국당 “의회 시녀화 독재 선언”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를 함께 이끌어갈 새 국무총리로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 후보자라는 점에서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수하면서도 정 전 의장을 택한 데엔 힘 있는 총리를 발탁해 향후 국정 운영에 확실한 동력을 얻고자 하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직접 찾아 “무엇보다 중요한 건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를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정 후보자 지명의 핵심은 ‘통합’과 ‘경제’다.

문 대통령 “차기 국무총리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차기 국무총리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 “차기 국무총리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차기 국무총리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먼저 정 후보자는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정세균 후보자는 17년 동안 쌍용그룹에서 근무하며 상무이사까지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은 “성공한 실물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천억불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 후보자는 15대부터 내리 6선을 하면서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를 거쳐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는 등 탄탄한 정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이력을 십분 활용해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치권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면서 “또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평가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로 여러 차례 골머리를 앓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6번이나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며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점, 장관을 지내며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도 고려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빈자리에 추미애 의원을 지명하는 등 인사청문회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여당 의원들을 발탁하고 있다. 더 이상 인사 문제로 국회에 끌려 다니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정 후보자가 전직 국회의장이라는 사실이다. 벌써 자유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며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요, 기본적인 국정 질서도 망각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보여주는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0일 오후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한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기급 상정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0일 오후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한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기급 상정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10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는 문 대통령도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우려에도 정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를 강조했다.

다행히 다른 야당들은 정 후보자의 총리 지명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의당과 대안신당은 기대를 밝히면서도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의 서열 2위로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의장에서 총리로 진출하는 것은 선례가 없어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며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6선의 경륜과 역량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충분히 발휘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대안신당 최경환 수석대변인은 “6선 의원에 국회의장, 당 대표, 장관을 역임하며 경륜을 두루 갖춘 만큼 총리로 역할을 잘 수행해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를 맡는 것에 대한 삼권 분립 우려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 이런 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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