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화합의 축제가 되어야 할 아시안게임이 개최국이 자국에게 유리한 성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카자흐스탄 민속의상을 입은 무용가들이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보다 한술 더 뜬 카자흐스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초에는 각각 하계스포츠와 동계스포츠로 아시아의 축제가 열렸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수준 높은 개․폐막식 행사로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은 어차피 종합 1위가 확정적인 상황에서도 우월함을 나타내려 했던 건지 금메달 200개를 달성하기 위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회를 치러 대국답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먼저 수영의 박태환에겐 대회 도중 세 번이나 피를 뽑아야 하는 도핑테스트를 하도록 해 견제했으며, 한국과 결승에서 모두 만난 남녀농구, 여자배구에선 자국팀에게 눈에 보일 정도로 매우 유리한 판정을 해 은연 중 심판 판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한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근대5종 계주와 사이클 메디슨 등의 일부 세부 종목을 제외하며 견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광저우패럴림픽에서도 자국에 유리하도록 수영 탁구 사이클 종목 등에서 무분별하게 장애등급을 통합해서 치러 독식의 발판을 삼았다.

이로 인해 한국은 수영에서만 세계신기록 2개, 아시아신기록 3개를 수립하고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런데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카자흐스탄은 이에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떴다. 그간 6번의 대회에서 한중일 3국에 밀려 종합 2위와 3위 1번씩에 그쳤던 카자흐스탄은 아예 작정을 하고 강한 반발을 사면서도 개최국이란 명분으로 자국에 강한 종목에 금메달 수를 대거 늘렸다.

그래서 금메달 총 개수는 이전 대회보다 22개나 더 늘어났고, 동북아시아가 강점을 보이는 종목을 일부 빼면서 견제했다.

결국 빙상종목과 스키 일부 종목에서 한중일 세 나라가 치열한 승부를 겨루는 동안 카자흐스탄은 강점을 보이는 종목에서 확실하게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위 일본(13개)보다 무려 19개나 앞서며 역대 최대 차이로 우승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올림픽의 경우는 IOC가 주관해서 열리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꿈도 꿀 수 없다. 다만 개최국에게 약간은 유리하게 적용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이는 아시안게임이 개최국으로 조성된 조직위원회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옛적에 본 어느 한 무협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생각난다. “배운 무술은 너를 위해 쓰지 마라. 약자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쓰라”는 대사다.

아시안게임 개최국이라면 자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든 아시아국가가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인천은 이들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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