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친 뒤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친 뒤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의 주최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 현장은 종교색이 짙었다. 황교안 대표 지지 세력은 견고하고, 거칠었다. 이 세력 중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 지지자들의 비율이 컸다. “문재인 정권 타도를 위해선 자유, 우파 정당이 속히 하나로 뭉쳐 주길 바란다”고 말해왔던 전 목사가 보수 개신교와 정치의 결합을 이뤄낸 모습이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16

◆아수라장된 국회… 일부 지지자, 본청 난입 시도까지

“공수처 반대! 국회 해산!”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은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로 인해 오전부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구호에 맞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무산을 요구하고 “문희상 국회의장 퇴진!”를 외쳤다. 시위 참가자들의 손에는 ‘좌파독재 반대’ ‘공수처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황교안 대표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인파가 그를 둘렀다. 황 대표는 “공수처가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진다”며 참가자들에게 ‘공수처 반대, 선거법 반대’ 구호를 20차례씩 외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또 황 대표는 “애국시민 여러분을 보니 우리가 이겼다”며 “이 싸움은 오늘 끝날 싸움이 아니다. 이 정부의 굴복을 받아낼 때까지 싸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황 대표는 약 30분간의 연설을 끝으로 해산을 시사하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황 대표가 떠난 이후부터 대회가 본격적으로 더 격해졌다.

참가자들은 “밤새도록 국회를 지켜야 한다”며 남아서 계속 점거하기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회 참가자들이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란이 정리된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경찰이 국회 정문을 막고 애국시민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빨갱이는 죽어라” “개XX들아!” “죽어” 등 무차별적인 폭언과 욕설을 내뱉는 참가자들도 보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한국당 규탄대회에 나타난 교인들… “전광훈 목사 지지”

이날 대회에 모인 사람들은 대다수 50대~60대로 남성이 더 많았다. 우리공화당이나 한국당 당원들도 있었지만, 자신을 전 목사 지지자라거나 한기총 소속 교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전 목사를 언급하는 대화들과 현 시국을 성토하는 대화들이 자주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정치 집회임에도 유독 교인들이 많았다. 스스로를 청와대에서 노숙하고 있는 ‘광야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유순분(가명, 59, 여)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노숙하면 이틀을 앓아눕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분통이 터져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빨갱이들에게 나라가 점령당했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유씨 외에도 광야교회 소속 교인들을 현장에서 많이 볼수 있었다. 대회 피켓을 나눠주는 등 대회 관계자로 적극 나서고 있었다.

무교였지만 전 목사를 만나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성지화(51, 여)씨는 “전 목사님은 제2의 이승만 대통령 같은 분”이라며 “불교부터 천주교까지 종교를 뛰어넘어 국민을 하나로 모으셨다”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회에선 종교색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전 목사 측근으로 알려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이 나와 발언할 땐 곳곳에서 “할렐루야!” “아멘!” 등 외침이 들렸고 휘날리는 태극기, 성조기 속에 이스라엘 국기도 눈에 띄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0

◆전광훈 목사가 이뤄낸 정치와 종교의 결합

최근의 광화문 집회를 제외한, 정치적 사항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이렇게 많은 교인을 만나본 적은 극히 드물다. 이같이 한국당 집회에 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모인 근본 이유는 전 목사와 황 대표의 긴밀한 관계에서 기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전 목사는 그간 황 대표와 긴밀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행보를 이어왔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법과 선거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건 전 목사의 청와대 집회 현장이었다. 당시 황 대표는 전 목사와 함께 단에 올라 “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 투쟁하기 위해 나왔다”며 “같이 있든지 옆에 있든지 멀리 있든지 모든 마음들 하나로 모아서 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반드시 함께 막아낼 수 있도록 더욱 힘내길 간절히 바란다”고 외쳤다. 현장에서는 전 목사의 “만세!” 소리에 맞춰 황 대표에게도 “만세”가 쏟아졌다. 이후 전 목사도 황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아 그를 격려했다.

뿐 아니라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도 전 목사가 주도하는 청와대 광야교회 예배 현장이나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한국당과 전 목사를 지지하는 발언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 교인들 많이 참석한 것에는 전 목사의 유튜브 홍보 역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너알아TV에는 전날인 15일 ‘[긴급 안내] 12월 16일 공수처법 및 선거법 날치기 저지 대회 안내 방송’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날도 국회 본청 앞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석을 독려했다. 채팅창에는 실시간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님 힘내세요! 지지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길 기도할게요” “주사파 박멸하자”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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