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마친 뒤 약식 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마친 뒤 약식 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한미 북핵수석회의 후 약식 기자회견… 文대통령 예방 등 행보

“여기 있으니 접촉하자” 막판 대화노력 北 응답하면 긴장 반전

“비건 ‘데드라인 없다’며 ‘北 연말시한’ 부정 자체가 교착 반증”

“美, 협상 불발 대비 北에 책임 있다는 명분 쌓기일 수도 있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미국 북핵 협상 실무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방한해 16일 북한에 공식 회동을 제안한 가운데 북한이 이에 응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까지 북한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운운하며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엔진시험을 했음을 시사했기 때문에, 비건 대표의 이러한 제의와 북한의 응답은 더 주목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방한 이틀째를 맞이한 이날 오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문제 협의를 진행한 후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카운터파트에게 말하겠다”면서 “우리는 여기(한국)에 있고 당신들(북한 실무 당국자)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고 말하며 실무협상 의지를 나타냈다.

북한과 미국은 올해 2월과 지난해 6월 각각 하노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가진 바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함께 3자 정상회동도 가진 바 있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발언은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북한측 카운터파트에게 말하겠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상대는 최선희 제1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건 대표는 또 북한이 미국을 향해 ‘새 셈법’을 가져오라면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에 대해서는 “미국은 데드라인(dead line, 시한)을 정하지 않고 있다”며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가까운 서울에서 대화를 하자고 다시 설득한 셈이다.

이날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팀은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됐다”며 실무협상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비건 대표는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 회동에서도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요구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 결과 관련 약식 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 결과 관련 약식 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6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화 요청에 응답할지 불투명하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 실무대화에 응한다면 이는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비건 대표가 북한 측에 접촉을 시도했고 응답하지 않아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후통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비건 대표의 ‘데드라인은 없다’ 등의 발언을 봤을 때 북한에 끌려 다니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또 북한에 이미 접촉 요청을 했는데 답을 못 받고 최후통첩으로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약식 기자회견을 한 것과 북한이 정한 ‘연말시한’에 대한 부정 자체가 이미 북한과 실무대화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또 대화가 불발될 경우 미국은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는 하나의 명분쌓기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카운터파트인 이 본부장 외에도 해외출장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도 만났다. 저녁에는 한미 외교당국 간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평택 주한미군기지도 방문해 기지 현황과 한반도 정세 관련 브리핑 등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7일까지 한국에 머물러 있다가 일본으로 향해 19일까지 남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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