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과 가까운 그린란드에서 13일(현지시간) 두꺼운 얼음층의 윗부분이 녹으면서, 썰매개들이 발목 깊이의 물 속을 지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북극과 가까운 그린란드에서 13일(현지시간) 두꺼운 얼음층의 윗부분이 녹으면서, 썰매개들이 발목 깊이의 물 속을 지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는 기후를 위한 세계 파업, ‘프라이데이 포 퓨처(Friday for Future)’ 시위가 열렸다.

이날 모인 젊은이들은 얼음덩어리에 올라서 교수대에 목을 매고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올해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등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으며 미국에서는 최소 800건 이상, 독일에서는 400건 이상의 집회가 열렸다.

호주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대형 산불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동부 산불피해로 깨끗했던 공기마저 잃게 되자, SNS로 소통했던 시드니 시민들 수만명이 최근 거리로 나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시위에 참석한 녹색당의 메린 파루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기후 응급상황이다. 시드니는 질식하고 있다. 호주 남동부가 불타고 있다. 기후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글을 올려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올해는 호주 동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유례없는 산불 대재앙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최악의 물난리와 이상기후 피해가 잇따랐다. 기후변화가 몰고 올 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11월 조수 수위가 최대 187㎝까지 치솟으며 194㎝에 육박했던 1966년 이후 53년 만에 가장 많은 비를 뿌리기도 했다. 전체 도시의 80% 이상이 침수된 것이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도 트위터에서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당신들은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라며 세계 각국 정상들과 기업가들을 비판했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면서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한 채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forFuture)’이라는 해시태그를 내건 결석 시위다.

북극의 육지인 그린란드의 얼음도 1990년대보다 7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BBC가 최근 보도했다.

여름 북반구를 휩쓴 폭염으로 곳곳에서 수은주의 눈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올해 프랑스는 역대 사상 최고 기온인 46℃까지 급상승했다. 주된 이유와 원인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북극 바다의 얼음이 줄고, 아마존, 호주, 유럽 등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최근 미국해양대기청 NOAA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그린란드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심각한 상황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으로 여겨진다며 그린란드에서만 7cm의 추가 해수면 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에 따르면 금세기 중반인 2040년 이후에는 여름철 북극 빙하가 사라질 것이란 새로운 기후 전망 시나리오도 공개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2015∼2019년 지구 기후보고서’를 발표하며 최근 5년간 세계는 역사상 가장 덥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최고치였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20% 높았다. 전 지구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올해 말 410ppm에 도달하거나 초과해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세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BBC는 이로 인해 저지대 해안 지역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홍수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온난화의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빠른 북극의 위기가 점점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다 얼음이 녹아 지역 생태계가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육지 얼음이 녹아 해수면을 높이면서 전 세계 저지대가 불안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12개월 동안 북극의 평균기온이 1981∼2010년 평균보다 섭씨 1.9도 높다며 기록적으로 더운 해로 나타난 만큼 바다 얼음도 급속도로 녹아 내렸다.

알프스 몽블랑의 투르 드 몽블랑 등산로 이탈리아 쪽에 있는 플랑팡시외 빙하가 녹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알프스 몽블랑의 투르 드 몽블랑 등산로 이탈리아 쪽에 있는 플랑팡시외 빙하가 녹고 있다. (출처: 뉴시스)

50개 기관 소속 극지 연구자 89명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 ‘IMBIE’는 1992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11개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그린란드의 얼음이 3조8000억톤 소실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해수면을 10.6㎜ 높일 수 있는 양이다.

마티아스 후스 취리히연방공대 박사는 “10여년전만 해도 온 산을 하얗게 뒤덮었던 스위스 빙하는 이제 90% 가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결국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다”며 경고했다.

북극에 인접한 노르웨이 해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조각조각 부서진 얼음덩어리들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홀먼 킴 노르웨이 경찰청 국제이사는 “지난 30년 동안 이곳 대기 온도가 거의 10도나 올랐고 바다는 더 따뜻해졌다. 이곳 서쪽 협곡에는 더 이상 빙하가 없다”며 우려했다.

WMO에 따르면 전 지구적인 평균기온이 높아지는 원인은 기록적인 온실가스 농도 때문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40.78ppm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올해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농도 역시 각각 1869±2ppb, 331.1±0.1ppb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각각 259%, 123% 수준의 높은 수치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3도 이상의 온도가 상승할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비정상적인 날씨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그린란드 얼음 감소량은 연간 330억t이었지만, 최근 10년간 매년 2,540억톤씩 손실됐다. 더욱이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얼음 손실이 약 3700억톤에 달했다고 BBC는 전했다.

서남극의 빙하도 북극 못지 않게 빠르게 녹고 있어 환경 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현재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의 경우, 산마루 형태로 발달한 지형구조가 바다 쪽으로 흘러가는 빙하의 흐름을 막는 방지턱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빙하의 경계가 방지턱 뒤로 녹아 바닷물이 들어온다면 따뜻한 바닷물이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도 빨라져 서남극 빙하의 붕괴는 멈출 수 없다.

영국 리드대학교의 앤디 쉐퍼드 교수는 “지구 전체에서 해수면 1센티미터 상승마다 6백만명이 홍수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지난 10년 동안 0.75C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도 1990년대 이래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2배 빨리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전문가들은 이를 ‘북극 온난화 증폭 현상’으로 부르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북반구 빙하 유실 속도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선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빙하질량균형비교운동(IMBIE) 연구팀은 1992~2018년에 3조 8000억톤의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졌으며, 그 결과 해수면이 10.6㎜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기간 11개 위성들이 관측한 빙하의 두께와 이동 속도 등을 토대로 분석했다.

한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개막한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는 당초 13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진통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15일 폐막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BBC는 196개 당사국 정부대표단이 참가한 이번 총회에서 국제 탄소시장의 역할, 기온상승에 따른 피해와 손실을 재정 지원하는 문제를 포함해 다수의 현안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으나 실마리를 풀지 못한 끝에 내년에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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