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북미 간 말폭탄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2년 전의 ‘화염과 분노’는 저리가라는 식이다. 김정은과 만나 본 뒤 “내가 아니면 벌써 전쟁났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트럼프는 이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이 말폭탄 전쟁의 원인이었지만, 북한은 올해 연말을 디데이로 정해놓은 터라 마치 기다렸다는 등 연일 분노의 욕설을 토해내고 있다. 첫 포문을 열었던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이 14일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북한군 서열 2위이자 남한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총참모장은 14일 국방과학원의 최근 시험들이 모두 성공했다면서 미국에 ‘언행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박 총참모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무기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정천 대장의 발언은 북한이 지난 7일에 이어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했다고 발표한 ‘중대한 시험’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엔진 성능 시험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총참모장은 이어 “첨예한 대결상황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우리 군대는 최고영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 힘의 실체를 평가하는 것은 자유겠으나 똑바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주최한 강연에서 북한을 “불량 국가(rogue state)”라고 지칭한 것을 비롯해 미 당국자들의 부정적 대북 발언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을 향해 ‘언행 삼가’를 경고하면서 ‘편안한 연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15일 방한이 북미 간 대치상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예측도 있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또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며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돼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대 세력들의 정치적 도발과 군사적 도발에도 다 대비할 수 있게 준비돼 있어야 하며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의 허장성세에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정치적으로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은 북한식 선전선동 방식이다. 북한은 사실상 비대칭전력을 제외하고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의 단독전쟁도 치를 수 없는 대단히 허약한 체제이다. 미국 대통령 두어 번 만나보더니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데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계산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설마 자신들이 경거망동 한다고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겠냐는 것으로 이제 이판사판식으로 몰아부쳐 보자는 것이다. 하여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열어 지난해 4월 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했던 ICBM 및 핵개발 유보를 철회하고 다시 강경모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실행으로 철산군 동창리에서 제대로 한 방 쏘겠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전략은 미국의 대선이 아직 많이 남았으므로 트럼프는 언젠가 평양에 다시 손을 내밀 것이란 계산이다. 김정은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트럼프는 정치적 판단은 미숙한 점이 있을지언정 경제적 계산만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외교적 행동이 가져다줄 성과 못지않게 군사적 행동으로 북한을 요리할 수 있다면 트럼프는 서슴없이 그렇게 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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