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젊은 세대의 ‘전전반측’
[이재준 문화칼럼] 젊은 세대의 ‘전전반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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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전략) …전전반측 잠못 이뤄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내가 만일 님 못본 채 옥중고혼이 되거 드면 무덤 앞에…(하략)….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는 임을 향한 절규에 가까운 아리아다. 정절을 지키려다 감옥에 갇힌 춘향. 한양으로 떠나간 이도령이 그리워 ‘전전반측’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처연함이 눈물겹다.  

‘전전반측’이란 시경(詩經) 국풍(國風)의 관관저구(關關雎鳩)의 한 구절이다.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이는 것’을 뜻한다. 이 시는 본래 주 문왕(周 文王)과 그의 아내 태사를 높이 칭송해 지은 것이라고 한다. 

후대 문사들은 훌륭한 짝을 찾느라고 잠을 설치는 마음을 이 명구로 대신했다. 원시는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아름다운 여인을 자나 깨나 찾는 구나 / 그리워도 얻지 못하니 자나 깨나 생각하는 구나 /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이리저리 뒤척이는 구나.’ 

주자(朱子)는 이 시를 궁중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습을 생각함이 자나 깨나 엎치락뒤치락한 데까지 이르렀다. 궁 밖 사람은 이렇지 못한다. 즐거움이 거문고와 종과 북에 그침은 음란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음일에 깊이 빠지면 음란한 것이다. 만약 근심하여 전전반측하고 슬퍼 흐느껴 울면 몸이 상한다. 이 시에서는 바른 성정을 얻을 수 있다. (의역)’

(朱子曰 此詩看來 是宮中人作 所以 形容 到寤寐反側 外人 做不到此 樂止於琴瑟鐘鼓 是不淫也 若沈湎淫佚 則淫矣 憂止於輾轉反側 是不傷也 若憂愁哭泣 則傷矣 此 是得性情之正/朱子語類.卷二五.論語.八佾篇)

조선의 시인들은 이 구절을 시에 넣는 것을 즐겼다. 조선 후기의 명재상이자 대문장가인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의 ‘상사곡’에 이 명구가 들어가 있다. 상사곡은 임과 이별한 선비가 애타는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전략)…가을밤 채 긴 제 적막한 방안에/ 어둑한 그림자 말 없는 벗이 되어/ 고등(孤燈)을 도진(挑盡)하고 전전반측(輾轉反側)하여/ 밤중만 어느 잠이 오동비에 깨달으니/ 구곡(九曲) 간장(肝腸)을 끊는 듯 째는 듯 새도록 끓인다 …(중략) 님도 달을 보고 나를 본 듯 반기는가(하략)-

남구만은 왜 이런 시를 지은 것일까. 당시 세도가인 모 재상의 서자가 패악한 짓을 하자 이를 처벌해 달라고 상소한 것이 화근이 됐다. 오히려 모함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귀양을 갔다. 또 하나의 시에도 전전반측이 등장한다. ‘냉방에 전전반측하며 홀로 슬퍼하니/ 베개와 이부자리에 눈물 자국 가득하네/ 창밖에 두견새는 새벽까지 울어대는데/ 이내 마음 그대와 함께 말하고 싶노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성인남녀 9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 ‘올해의 사자성어’ 전체 1위로 ‘전전반측(14.8%)’이 꼽혔다. 2위에는 애만 쓰고 보람이 없음을 이르는 ‘노이무공(勞而無功, 12.6%)’이 올랐고,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길을 찾는다)’ ‘다사다망(多事多忙, 일이 많아 몹시 바쁘다)’ ‘허심평의(虛心平意,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각 10.7%로 공동 3위에 집계됐다. 

취업난과 경제 불황으로 살아가는데 막막한 심경의 젊은이들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가. 좋은 짝을 찾느라 전전반측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부와 여당이 경제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제발 젊은이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서정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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