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규제 (출처: 연합뉴스)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규제 (출처: 연합뉴스)

일본, 對韓 수출 전년比 14%↓

韓기업 생산차질 사실상 없어

16일 국장급 수출정책대화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한 지 반년이 지났다.

일본 정부의 발표 후 7∼10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은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본 수출보다 두배 더 감소했다.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는 자충수가 된 셈이다.

양국은 3년 만인 16일 재개되는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계기로 갈등 상황을 봉합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 7∼10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1조 6433억엔(약 150억 1000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101억 9000만 달러에서 94억 8000만 달러로, 7.0% 줄었다.

일본이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오히려 한국의 2배에 달하는 수출 감소율을 기록한 셈이다. 한국은 일본의 3위 수출국이다.

일본의 수출허가 지연으로 국내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 차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발 빠르게 대체 수입처를 찾거나 국산화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10월께 국내 디스플레이·패널 공장에서 사용하는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한 것으로 확인됐고, 삼성디스플레이는 국산 불화수소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재고가 소진되는 동시에 생산라인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 숨겨졌던 높은 해외 의존도, 특히 일본 의존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예산, 세제, 금융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단기적으로는 수급의 어려움을 풀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산업부의 지원 예산은 올해 6천699억원에서 내년 1조2천780억원으로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예산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전략소재자립화기술개발 사업 등 신규 사업 예산도 확보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경색됐던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 극적으로 양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의 장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6일에는 제7차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개최된다.

2016년 제6차 한일 수출통제협의회 이후 수출 담당 국장이 전략물자 수출입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3년 만이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길 바라고 있지만 단 한 번의 회의를 통해 성과가 나올 거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이번 만남에서는 최근의 갈등 상황을 빠져나갈 돌파구를 마련한 뒤 이달 하순으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성과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만남에서 어떤 결과나 성과가 나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양국이 충분한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