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통해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 ICBM 엔진시험 추정
연말시한 다가와 美 압박… 비건 대북특별대표 방한 앞두고 의도적 무시
전문가 “비건, 北과 대화 못할 듯… 비핵화 대화 끝나다 말할수도” 분석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서 비핵화 뒤집고 ‘성탄절 ICBM 도발’ 가능성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한이 “또 다시 ‘중대한 시험’을 했다. 핵 전쟁 억제력을 강화했다”며 14일 밝혔다. 이번엔 ‘핵’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며 북미 협상 관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인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또 다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이날 통신에서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 다시 진행됐다”면서 “최근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는 비건 대표는 이 기간 북측에서 원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담화는 미국의 요구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나왔다.
대변인은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번에 언급한 시험이 어떤 종류의 시험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7일 시험의 연장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미대화 실무책임자인 비건 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새 셈법’이 없는 미국과는 대화 의지가 없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의 방한과 관련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비건 대표가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은 미지수”라면서 “북한이 ‘만남을 위한 만남을 하지 않겠다’ 했고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상황에서 새로운 협상안이 없으면 대화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센터장은 북미대화와 관련해 “북한이 연말시한을 제시했기 때문에 미국에 기회를 줬지만 비핵화 대화는 끝났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고 과거에도 영원히 만나지 않겠다고 하고선 다시 대화에 나서는 모습이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인공위성용 발사체(SLV)로 위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일에는 “조선의 전략적 지위”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ICBM 관련 시험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SLV와 ICBM은 핵심기술은 동일하고 탑재를 위성으로 하느냐, 탄두이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더욱이 비핵화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시점에서 ‘핵’이라는 단어를 고른 것은 의미심장하다. 더는 돌아가는 일 없이 ICBM 도발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취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이미 지난 2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이에 성탄절에 맞춰 ICBM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분위기로는 북한이 (2018년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 당시 내린 ‘핵 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결정을 곧 열릴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번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전날 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종료 선언’을 내놓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북한이 위성발사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에 의해 안보리 회의가 소집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미국은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험에 대해 지적하면서 대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날 대북제재 관련 성명은 채택되지 않았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 등을 주장하며 북한을 옹호했다. 다만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번 북한의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이번 시험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우리 국방과학자들은 현지에서 당 중앙의 뜨거운 축하를 전달받는 크나큰 영광을 지녔다”고 말해 김 위원장이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