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노조와해 공모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지난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07.17.
에버랜드 노조와해 공모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지난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07.17.

삼성 임직원 13명 모두 유죄

강경훈 부사장 징역 1년4개월

法 “미전실, 전방위적 주도”

“노조원, 인권 존중 못 받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3일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모 전 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전무)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강 부사장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실제 형 집행은 이후 절차에 따라 형이 확정되면 이뤄진다.

재판부는 남은 전·현직 에버랜드 직원 등 10여명에겐 각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담 정도가 낮은 1명만 벌금형이 선고됐다.

가장 무거운 형을 받은 강 부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에서 그룹 전체 노사업무를 총괄했다.

강 부사장 등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전실의 노사전략에 따라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노조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 결성 움직임이 일자 어용노조를 만들고, 복수노조 제도 시행 전 단체협약을 체결해 진짜 노조가 단체협약 교섭 요구를 못하도록 공작했다는 취지다.

노조 조합원과 가족들을 계속 미행하고 감시하며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도 받는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노조 간부 2명을 순차적으로 징계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미전실은 전 계열사의 인사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최고 의사결정 보좌 기관”이라며 “비노조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사령탑 역할을 하며 계열사 노조 문제를 지휘 감독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전실은 그룹 내 계열사 인사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주도했다”며 “미전실의 노사전략은 각 계열사들에 대해 단순히 참고 자료에 그치지 않고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그룹 노사전략을 핑계로 노조 설립 저지나 무력화를 통한 비노조 방침을 유지했고, 이러한 목표 아래 장기간 수립된 문건이 증거로 제출됐다”며 “실제 상황이 발생하자 세부 계획을 시행했고, 그 내용은 그룹 노사전략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이대경 인턴기자] 금속노조 삼성지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노조파괴 대응팀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개최한 ‘삼성그룹 노조파괴 규탄 및 에버랜드 어용노조 설립무효 확인소송 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9
금속노조 삼성지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노조파괴 대응팀이 3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개최한 ‘삼성그룹 노조파괴 규탄 및 에버랜드 어용노조 설립무효 확인소송 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9

아울러 “이들은 에버랜드 상황실을 설치해 노조 설립 직원을 감시하고 사생활 기밀을 빼내 징계 사유를 억지로 찾아 회사에서 내쫓으려 했다”면서 “급여를 깎아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사용자에 협조적인 노조를 대표로 삼으며 적대적 노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적대적 노조 활동 근로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지만 회사 내에서 적대시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형이 가장 무거운 강 부사장에 대해선 “그룹 노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징계 해고와 에버랜드 노조(어용 노조) 설립 등을 통해 사실상 범행을 지휘했다”고 판시했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강 부사장과 이 전 전무에 대해 징역 3년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어용노조 위원장 역할을 한 임모씨에겐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외에도 직원 10여명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가담 정도가 낮은 1명만 벌금 500만원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노조 와해라는 목표 아래 철저히 계획됐고, 삼성그룹 미전실(미래전략실) 노사파트에서 에버랜드 인사지원실 등으로 구축된 보고체계를 활용한 전형적 조직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비노조 경영은 선진 노사문화처럼 인식됐지만, 이 사건 수사를 통해 헌법에 역행한 노사전략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엄중한 사법적 판단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업무 담당자로서 재판을 받고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 에버랜드의 과도한 대응에 대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많이 반성했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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