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청동기시대 붉은 간 토기 (출처:국립김해박물관) ⓒ천지일보 2019.12.13
신석기∼청동기시대 붉은 간 토기 (출처:국립김해박물관) ⓒ천지일보 2019.12.13

국내 최고(最古) ‘옻’ 사용 자료 최초 확인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립김해박물관(관장 오세연)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목제문화재연구소(교수 김수철)와 공동으로 선사시대 토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신석기시대에 사용한 ‘옻’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번에 확인한 5000년 전 신석기시대 ‘옻’은 당시 사람들이 접착제처럼 토기에 붉은 안료를 바르는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신석기시대부터 옻을 채취하여 사용한 구체적인 증거로 우리나라 옻과 옻칠 역사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자료이다.

옻나무 수액을 사용한 옻칠은 방수, 방화, 부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특유의 광택 효과를 내 물건을 고급스럽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고대에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천연도료였지만, 옻오름을 유발시켜 사람들이 피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런 옻칠을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중국과 일본은 신석기시대부터 옻칠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청동기시대 여수 적량동 7호 고인돌(2500년 전)에서 나온 옻칠 흔적이 가장 이른 자료였다. 국립김해박물관은 2019년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옻칠의 역사를 밝히고자 선사시대 옻을 찾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번 분석을 시행했다.

그 가운데 신석기시대 붉은 간 토기 1점(밀양 신안유적)과 청동기시대 붉은 간 토기 2점(거제 농소면유적, 함안 도항리유적)의 분석 결과는 매우 주목된다.

3점의 붉은 간 토기를 적외선분광분석(FTIR-ATR), 가스크로마토그래프 질량분석계(GC/MS) 분석한 결과, 벤젠(Benzene)계 화합물 및 페놀(Phenol)계 화합물, 지방족탄화수소구조 등이 검출되었다. 이 성분들은 모두 옻칠의 주성분인 우루시올의 구성 물질로 붉은 간 토기 안료에 옻이 혼합되어 있었음을 알려주는 자료이다.

하지만 현미경 상에서는 칠도막이 관찰되지 않았고, 적색 안료 부분에서 우루시올 성분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접착제로서 옻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적색안료에 옻을 혼합하여 토기 표면에 바르기 쉽게 하기 위해 옻을 사용한 것이다.

옻은 정제과정을 거쳐 다양한 물건에 칠을 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접착제나 약재로도 사용됐다. 세형동검 경부(莖部)에 옻을 발라 나무 자루와 결합시키거나(화순 대곡리), 칼집 조립 시 접합 부분(광주 신창동, 창원 다호리) 등에 사용한 예를 들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옻의 존재와 기능을 인지하였음이 확인하게 되어, 이 시기 그릇이나 물건에 칠로도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국립김해박물관과 한국전통대학교 목제문화재연구소는 우리나라 전통 공예인 옻칠에 대해 관심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우리나라 옻칠 문화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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