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인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북한 미사일 도발 논의를 위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UN) 2019.12.12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인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북한 미사일 도발 논의를 위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UN) 2019.12.12

미·영·프, 北도발 가능성 경고

미 대사 “북한 ‘새로운 길’ 위협”

중·러, 대북제재 완화 등 주장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주요국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 등을 주장하며 북미 간 대화를 강조했다.

미국의 안보리 소집 요구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규탄하며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고 약 2년 만에 다시 이뤄졌다.

최근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혀 ICBM 신형 엔진 실험을 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북한이 ICBM 시험 발사나 위성 발사를 핑계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은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협상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도 미국의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을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역 안정을 훼손하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여전히 병행적으로 행동하고,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발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모습 (출처: 유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모습 (출처: 유엔)

이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 등은 채택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북미 협상 촉진을 위한 미국과 유엔의 조치를 압박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상황의 극적인 반전을 피하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가능한 한 빨리 대북제재 결의의 ‘가역(reversible) 조항’을 적용해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제재는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라며 “지금은 한반도 이슈의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매우 긴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키는 제재조항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 측은 안보리 회의 직전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통해 사전 입장 설명과 동조에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안보리 회의 직전 안보리 이사국 대표와 한국, 일본의 유엔주재 대사와 오찬을 하면서 상황이 엄중하고 안보리가 단합된 모습으로 기존의 대북정책을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외교 소식통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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