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식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센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병식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센터장 인터뷰
장애인 여가문화 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개선 필요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휠체어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까. 앞을 보지도 못한 채 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세상은 어떻게 그려질까. 일반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어려움을 가늠해보는 것은 어렵다. 특히 자신을 챙기기에도 바쁜 현실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전병식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센터장을 통해 현 시점에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잊을 수 없는 야구 응원전, 뒷이야기

휠체어를 탄 아내를 둔 전병식 센터장은 누구보다도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비장애인이지만 장애를 가진 아내와 동료 장애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구로 시내를 몇 바퀴나 돌아다녀 보는가 하면 일부러 눈을 감고 주변을 더듬어 다녀 보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시각장애인들과는 야구장을 자주 찾는다. 쉬운 발걸음도 아닐 텐데 그가 야구장을 가자고 하면 동료들은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야구공을 던지는 투수나 홈런을 날리는 야구방망이도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는 응원 분위기다.

막대풍선을 두드리면서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마음껏 응원하고 소리지르며 떠들고 수많은 인파와 섞여서 퇴장하는 그 분위기를 그들은 열광하며 기뻐한다.

전 센터장은 아내와 여행과 관람을 하고 싶지만 한 달 내내 졸라야 겨우 한 번꼴로 외출을 할 수 있다. 아내는 자신의 장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 망설였던 것이다. 특히 화장실에서 불편한 다리로 앉아서 걷다 주저앉게 될까 두려워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한다. 혹여 나갈 때는 수동휠체어 대신 꼭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간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턱이 없는 문은 장애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은 장애인이 들어갈 수 없다. 전 센터장의 말에 따르면 서울은 그나마 장애인 편의 시설이 잘된 편이지만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면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 중에는 이용하는 장애인이 없어 방치된 것이 많다.

그가 아내와 처음 찾은 야구장의 장애인 전용좌석은 단단한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야구장을 찾은 결과 자리가 조금 마련됐다. 공연장도 마찬가지였다.

전 센터장은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맨 앞좌석의 앞과 맨 뒷 자석 뒤의 공간뿐인데 이마저도 인기가 있는 공연일 때에는 일반인에게 표를 다 팔아치운다”고 꼬집었다. 전 센터장은 “불편하고 두려워도 장애인들이 손수 움직여야 한다. 직접 가서 요구해야 개선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장애인 독도원정대 전동휠체어 체험 (사진제공: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장애인과 함께한 독도와 울릉도에서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는 지난 11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산악회 모임인 링크나우 산사랑그룹과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왔다. ‘장애인 문화행동’이라는 테마로 준비하고 산사랑 회원들의 후원과 참석자들이 자비를 털어 어렵게 가게 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독도 여행이었다.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는 지난 11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산악회 모임인 링크나우 산사랑그룹과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왔다. ‘장애인 문화행동’이라는 테마로 준비하고 산사랑 회원들의 후원과 참석자들이 자비를 털어 어렵게 가게 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독도 여행이었다.
인터뷰 당일, 전 센터장과 함께 자리한 (사)시민자원봉사회 장애인웹접근성봉사단 한진 단장은 “장애인들과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내린 후 후원금을 마련하느라 한 달 내내 준비했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들의 잠자리와 먹거리가 불편해 불만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 센터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소통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 문제다. 장애인들의 유형과 등급이 달라 생기는 차이를 두고 장애인들은 ‘우린 왜 무시하냐’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았고, 장애인을 배려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복잡하게 해주고 욕먹을 거면 현재까지 하던 것들도 아예 하지 말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독도원정대에 참여한 중증 장애인 중에는 MIT 등 명문대학에서 의학과 공학을 전공한 척수장애인 김정은 박사가 있었다. 김 박사는 자신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함께 참여한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보통 일반인은 도와주려고 전동휠체어를 들어서 옮기려 하지만 수백 킬로그램의 엄청난 무게를 견디지 못해 손을 놓치게 되면 장애인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고 도움을 주려던 일반인은 허리를 다치게 되는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원정대에 참여한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은 전동휠체어에 대한 어려움을 실제 눈으로 보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행사를 기획한 한진 단장은 “장애인 독도 원정대를 통해 장애인 여가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독도원정대는 앞으로도 ‘장애인 문화행동’이란 테마로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 자연환경이 뛰어난 대한민국 곳곳을 방문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 장애인 웹접근성 평가단 활동모습 (사진제공: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웹접근성 사업’ 인터넷 소외계층 줄여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는 산하 문화콘텐츠개발원을 설립해 장애인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중 문화콘텐츠개발원이 추진하는 ‘장애인 웹접근성 사업’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웹접근성 개선사업은 정보소외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는 사업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의무화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시행 주체인 공무원들과 대상기관의 직원들이 일부 지침만 따르면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실제 필요한 사항이나 장애인, 또는 관련 단체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센터장은 “자신이 불편하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업무를 추진하니 결국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때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콘텐츠개발원에서는 ‘장애인 웹접근성 평가단’을 발족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대상기관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개선 사항을 요청하고 시정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 웹접근성 평가단은 비장애인과 장애인들로 팀을 이뤄 웹사이트 구축 이후 제대로 구축됐는지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필요한 개선 사항을 요청한다.

전 센터장은 “웹접근성 사업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정보 소외계층의 웹접근성을 높이는 초석이며 평가단의 활동을 통해 제대로 된 웹사이트를 새로 구축하기도 하고 기존 웹사이트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웹접근성 개선과 홈페이지 음성서비스 등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 교육기관, 종합병원 등 대상 기관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정보격차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웹접근성 사업에 관련된 요청을 하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 신청을 못해서 예산이 없다”고 핑계를 대기 일쑤라고 한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의식이 부족하니 정보를 찾지 않는 것”이라며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사회공헌에 대한 활동도 정보화 부문으로 확대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전 센터장은 “문화하면 일반인은 영화, 연극, 스포츠, 여행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배움의 기회, 환경, 정보화 등 비장애인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모든 것들이 다 문화가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그는 “현재까지 사회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의식주에 국한해 생각했다면 이제는 일반인들이 누리는 보편적인 생활환경을 장애인도 누릴 수 있도록 살펴 볼 시기”라면서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사람이나 대기업들이 장애인 돕기를 하면 연탄, 쌀 나누기 등 의식주만을 생각한다”며 장애인 문화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 웹접근성개선사업
-전자음성도서용 소프트웨어(Voice e-book)를 보급하고 웹접근성 개선사업, 웹접근성 품질마크획득지원, 웹접근성전문가 사용자평가단 운영한다. 또한 웹접근성 및 웹표준 개선 교육용매뉴얼 개발․보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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