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추모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추모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19.12.2

발전 5개사의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 공공기관 전환

2인 1조 작업 환경 개선 등 대체 근무제도 개선 예상

‘김용균법’ 통한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확대 강조

고 김용균씨 동료 “당사자 빠진 일방적인 발표” 반발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당정이 작년 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직원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촉발된 하청업체 직원의 안전 관리에 대해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포함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강병원·송옥주·우원식·홍의락·최인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지난 8월 정부에 제시한 22개의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 이후 나온 재발방지 대책인 것이다.

이날 당정은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강화 ▲근로조건 및 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 ▲안전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 강화 등의 3대 원칙을 가지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우선 발전 5개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하청업체에 소속된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를 공공기관으로 전환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현재 발전 5개사 비정규직은 약 8500명인데 김 씨가 일했던 분야인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비정규직은 2200명이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적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이와 함께 발전사는 하청업체가 노동자 임금을 떼먹을 수 없도록 노무비를 별도의 전용계좌로 지급해야 한다.

당정은 작업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인 1조 제도의 개선과 교대조의 추가 편성을 통한 대체 근무제도 개선, 장시간 노동 단축 등 합리적 운영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컨베이어 벨트 정지 시에만 낙탄 처리, 옥내저탄장 출입 시 특수마스크 착용 등의 조치는 이미 시행 중이다.

당정은 내년 1월 16일 시행되는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소위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주된 내용은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확대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계획 수립 의무 ▲산재 예방을 위한 사업주·도급인 제재 강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배달종사자 보호 등이다.

또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책임의 확대, 사망사고 발생 시 도급인 처벌 강화 등 개정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지도·감독하기로 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고(故)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정부이행계획 당정발표에서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고(故)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정부이행계획 당정발표에서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현재 500인 이상 제조업, 철도운송업, 도시철도운송업이 대상인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에 발전 산업도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하청업체 직원의 산재를 발전사 산재 현황에 포함, 산재율이 높은 발전사는 명단을 공개하고 정부 포상에서 제외된다.

발전 5개사는 산재 통계 및 유해·위험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내년 4분기에 구축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부터 발전 5개사 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의 산재 통계가 공표된다. 안전을 소홀히 한 기관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패널티를 부과한다.

당정은 원·하청 노사로 구성된 ‘안전근로협의체’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노사 협의·의결 절차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협력사가 참여하는 방안은 내년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 TF 팀장인 우원식 의원은 “안전한 일터 문제는 오랜기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한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당정은 각별한 관심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권고안을) 차질 없이 꾸준하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정 협의 결과 발표 직후 김씨의 동료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민중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가 빠진 일방적인 발표라고 반발했다.

신대원 한국발전기술지부 지부장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기습적으로 특조위 권고안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며 “언론보도를 통해 봤겠지만 현장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김재엽 한국발전기술지부 사무장은 “한국발전기술지부는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 행위를 규탄한다”며 “문 정부는 오늘 제2·제3의 김용균 노동자를 다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당정의 발표는)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교훈은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특조위의 권고를 무시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는지 권고안마저 정부·여당의 입맛대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발표로 노동자를 우롱했다”고 반발했다.

김 사무장은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분명히 옳은 것이 맞다”면서도 “현실은 고 김용균 노동자처럼 여러 하청회사가 연로 환경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 파견과 권한이 없는 하청회사에 일감을 주고 저임금으로 사람을 갈아 넣어 운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 권고안을 비판하면서 당정의 발표가 당사자의 의견이 무시된 이행계획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분향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분향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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