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새해가 되면 ‘항상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염원이지만 한 해를 뒤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 충격적인 사건들로 잠시도 평온할 틈이 없었다. 본지는 연말을 맞아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부터 ‘화성연쇄살인범’, 국민을 둘로 나눈 ‘조국 사태’에 이르기까지 올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10대 이슈를 키워드로 재조명해봤다.

[천지일보=이대경 인턴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5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5

정부-유치원단체, 갈등 격화

에듀파인도입 둘러싼 신경전

‘유치원 대란’ 우려 나오기도

정부 승리로 상황 일단락 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기가막혀! 아이들을 볼모로 삼다니!!” 승패는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참패로 결론지어졌다. 올해는 연초부터 정부와 유치원 단체 간 극심한 갈등이 화제였다.

사건의 시작은 올해 1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말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 사태’가 논란이 되자, 당정이 내놓은 방책이었다. 하지만 한유총을 중심으로 한 사립유치원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가하면 ‘유치원 개학연기’라는 극단의 방법까지 동원해 반발했다.

에듀파인은 예산 편성과 수입 및 지출 관리, 결산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국·공립유치원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도입할 경우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 등 재원 종류마다 개별적인 세출 예산을 편성해 수입·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예산을 사용할 때도 거래업체의 업체명·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에듀파인에 입력한 뒤에 지출을 입력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가 논란되자, 교육부는 같은달 27일 제1차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합동 점검회의를 시작으로 정기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사립유치원의 ▲학기 중 폐원 금지 ▲폐원인가 신청시 ‘학부모 3분의 2 동의서’ 제출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 4개 법령 개정안을 그해 12월 17일 입법예고했다.

이어 올해 1월 16일 당정은 회의를 열고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에듀파인 도입계획’을 발표하며 정원 200명 이상의 대형 사립유치원 581곳과 희망 유치원을 시작으로 에듀파인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유총은 2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며 “에듀파인을 도입하면 사유재산을 보장하지 못한다. 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그달 25일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공포했다.

3월 1일부터 대형 사립유치원 581곳을 대상으로 한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가 확정되자 한유총은 예고한대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압박해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유총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대형 사립유치원들의 에듀파인 신청은 저조했다.

한유총은 총궐기대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에듀파인 도입 입장에 변화가 없자, 이번에는 “유치원 개학을 연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약 2274개 유치원들이 무기한 개학연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유치원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개학연기 유치원은 한유총의 주장과 달리 전국에 164곳뿐”이라며 “이 중 97곳은 자체돌봄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긴급 관계부처·지자체 합동회의를 열고 “개학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끝까지 개학연기를 철회하지 않았다. 한유총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사회불안을 증폭시키고, 교육공안정국을 조성한 것에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한다. 전국적으로 총 1533곳의 유치원이 개학연기에 참여할 것”이라고 오히려 큰 목소리를 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볼모로 뭣하는 짓이냐” “당장 철회하라” 등 여론의 거센 비판이 나왔다. 이를 감지한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한유총의 눈치를 보면서도 유치원 개학을 연기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교육부 조사에서도 개학을 연기한다고 응답한 유치원은 3875곳 중 381곳(9.8%)에 불과했다. 한유총이 발표한 1533곳에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해 3월 4일 우려했던 ‘유치원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유치원 239곳이 개학을 연기, 이 중 92.5%가 자체돌봄교실을 운영해 아예 문을 닫은 유치원은 18곳에 불과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던 한유총은 오후에 들어 결국 ‘개학연기’ 방침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백기를 들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후 폐업한 유치원을 제외하고 전국 사립유치원 3811곳 중 34.7%인 1321곳(올해 9월 기준)이 에듀파인을 도입했다. 올해 의무 도입 대상이었던 대형 사립유치원 568곳이 모두 이를 도입했다. 이뿐 아니라 의무 대상이 아닌 중소 규모 유치원 약 750곳이 에듀파인을 도입한 것이다. 교육부는 에듀파인을 쓰지 않는 유치원에 정원 감축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등 강경대응을 이어갔다. 또한 유치원 원장 자격을 초·중·고 교장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까지 완료해 법적 정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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