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주축으로 꾸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주최하는 문재인 하야 노숙농성 현장에 ‘청와대 광야교회’란 푯말이 세워져있다. ⓒ천지일보 2019.12.10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주축으로 꾸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주최하는 문재인 하야 노숙농성 현장에 ‘청와대 광야교회’란 푯말이 세워져있다. ⓒ천지일보 2019.12.10

경찰 한기총 집회 제한 통고에

한기총 “종교탄압, 예배 방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매 주말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주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청와대 사랑채 인근엔 농성장을 꾸리고 ‘광야교회’라 칭하며 매일 세 차례 이상 예배를 드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이로 인한 소음으로 인근 주민과의 갈등이 극에 달하며 급기야 경찰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집회를 제한하는 조치를 걸었다. 그런데도 야간 기도회는 강행되고 있다.

광야교회 예배 참석자들은 “경찰이 종교 탄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경찰의 집회 제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앞 ‘광야교회’는 한기총이 주축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꾸린 것으로 지난 10월 초부터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기총은 이 집회를 ‘종교행사’라고 명명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이 이 광야교회 행사에 제한을 건 것이 곧 예배방해이며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한기총 대변인 이은재 목사는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야간 집회 제한 통고에 대해 “대법원 판례상 소음 수치에 대해서마 규제가 있고 시간상 오후 6시 이후 금지라는 건 강요에 해당한다”며 “우리가 하는 것은 그냥 예배인데 예배를 방해하면 예배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구호 난무, 정세 보고까지… 정말 예배가 맞을까?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르면, 일반 옥외 집회는 사전 신고가 필요하고, 집회 장소 등에 제한을 받는다. 다만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이 조항에서 예외 된다. 즉, 종교행사의 경우 사전 신고도 필요 없고, 장소나 교통 규제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의 주장대로 광야교회 행사가 예배라면 종교행사에 해당돼 현행법상 집회 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광야교회에서 나오는 주장들을 살펴보면 과연 예배인지, 예배 형식을 빌린 집회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본지가 너알아TV 등 유튜브와 현장 취재를 통해 광야교회 행사를 확인한 결과, 광야교회의 모든 행사는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형식은 ‘찬양, 기도, 설교’ 등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2부부터는 달라진다.

2부 행사에선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보통의 집회 형식으로 전환되는데 ‘문재인은 물러가라!’ ‘선거법 개악 공수처법 반대한다!’ ‘친문 국정농단 처벌해라!’ ‘주사파는 북한으로!’ 등 집회에서 나올법한 정치 구호와 정치적인 발언이 난무한다.

청와대 광야교회 예배 모습. 곳곳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출처: 너알아TV 유튜브)
청와대 광야교회 예배 모습. 곳곳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출처: 너알아TV 유튜브)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차명진 전 의원 등 정치인들이 나와 현안 보고를 하는 발언 순서도 있다. 참석자들은 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참석한다. 흡사 보수 집회의 참석자들을 연상케 한다. 행사의 전 과정을 놓고 봤을 때 사실상 온전히 예배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범투본(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 스스로 종교 행사라고 주장하면서도, 경찰에 사전 집회 신고를 했다는 것은 사실상 청와대 광야교회의 행사가 집회임을 인정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정부가 공권력 동원해 ‘한국교회’를 탄압?

이 가운데 경찰의 집회 제한에 대한 광야교회 참가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기총 교인 박모씨는 “(집회 제한은) 한국교회를 탄압하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자유대한민국에서 왜 종교 탄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씨와 같이 한기총 관계자와 몇몇 교인들은 한기총이 마치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격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보기엔 어려워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종교 현황)’ 자료를 토대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 교단 수는 374개다. 한기총 홈페이지에 기록된 회원교단은 79개다. 이 중 10개 교단은 행정보류 상태이며 기하성의 행정보류와 기침의 내부 상황을 반영하면 활동 중인 교단은 67개로 전체 개신교의 18%에 그친다. 또 한국 개신교 신자수 전체 1132만 750명 중 한기총 소속은 34만 9471명으로 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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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실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응답자 64.4%가 ‘전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독교인 3명 중 2명이 이같이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전 목사의 언행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개신교인은 86.4%에 육박했다.

오승학 치유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대표 역시 “(청와대 앞 광야교회가) 일반 개신교인들의 신앙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과격한 구호나, 맹학교라든지 인근에까지 피해를 주면서까지 다툼을 일으키는 부분은 신앙인으로서의 바른 자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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