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위기까지 갔던 민식이법을 포함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9월 학교 앞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홉 살 김민식 군이 속도제한을 어긴 차량에 치여 숨졌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를 3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음주운전·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이 원인이 된 경우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차장법 개정안인 ‘하준이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를 지켜본 민식이 부모는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회상하며 “법안 통과가 선한 영향력이 돼서 앞으로도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민식이법의 연내 통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국 사태에 이은 패스트트랙 정국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필리버스터 정국까지 법안처리 전망이 불투명했다. 수많은 여론이 정쟁에 밀려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생명안전 법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할까 우려를 나타냈다.

식물국회, 동물국회 이어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정쟁과 이권에 목숨을 건 의원들이 그나마 올해를 넘기지 않고 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봐진다.

어찌됐든 올해를 넘기지 않고 어린이안전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참으로 다행스럽다. 고통을 딛고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라며 법안 마련에 힘을 쏟아준 부모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법안들이 제대로 작동해 제2의 피해 아동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민식이법’ 등 비쟁점법안만 처리하고 1시간여만에 정회했다. 전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 우선 처리-필리버스터 철회’ 합의로 국회정상화가 되는 듯 했으나, 하루만에 다시 여야가 거칠게 대치 중이다. 여론 때문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민생을 위해 결단하는 국회다운 국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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