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도키코 사진집 표지. ⓒ천지일보 2019.12.10
마쓰다 도키코 사진집 표지. ⓒ천지일보 2019.12.10

작가의 사랑·투쟁 99년 사진에 담아
하나오카 사건 조명 일본 만행 지적

[천지일보 서울=이미애 기자] “어쨌든 권력이 행사하는, 도리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와 강도, 이에 투쟁하는 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동정과 그 깊이, 그게 매우 컸으며 심오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전력 인권침해, 자금차별 철폐소송 원고단부단장 스즈키 쇼지(鈴木章治) 씨가 마쓰다 도키코의 지원활동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도쿄전력의 사상차별 문제와 마쓰다 도키코 씨’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1년 12월 ‘제8회 마쓰다 도키코’ 를 얘기하는 강연 석상에서 한 말이다.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차별받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이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마쓰다 도키코는 투쟁에 합세해 지원운동을 펼쳤다. 그녀의 나이 87~88세의 일이다. “아무튼 그 작은 몸으로 참으로 열정적으로 이쪽저쪽 행동이 전개되는 곳마다 찾아다녔습니다”

그녀가 ‘펜을 휘두르고 발로 뛰고’라는 말을 들었던 근거다.

이렇게 권력에 반기를 들고 국경과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일생 동안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한 마쓰다 도키코(1905~2004)의 모든 활동을 다룬 사진집이 나왔다.

사진집 제목은 ‘마쓰다 도키코 사진으로 보는 사랑과 투쟁의 99년’ 소명출판에서 번역, 출간했다.

도키코는 항상 약자와 노동자 입장에 서서 국가주의나 전쟁이 얼마나 서민을 탄압하는지, 그리고 일본제국주의 권력의 남용을 견제했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비판하는 내용이 여러 작품에 새겨져 있으며, 시 속에도 그런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집에서 그러한 도키코의 평화정신과 반전의 목소리, 펜을 휘두르며 인권피해가 자행되고 있는 모든 현장을 발로 뛰며 약자 편에 서서 지원운동을 펼치는 인간애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하나오카 사건, 마쓰카와 사건, 미타카 사건 등을 접한 뒤 사건현장을 방문하고 피해자 대변 운동에 참여하는 등 문필활동과 실천운동을 함께 보여준 면모를 생생한 사진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도키코가 상경 후 도쿄에서 조선인과 친밀히 교류하며 조선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표현한 에세이 ‘외국인과 관련한 수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도키코는 ‘월간 러시아’ 1938년 9월호에 “조선인 속에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것이 많이 존재한다”고 언급했으며 조선인과 친밀히 교류한 사실을 밝힌 뒤에 외국인에 대한 생각을 토로했다. “나는 도무지 외국인이 좋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임에도 조선 문화를 상대적으로 인정하고 조선인과 인간적으로 교류한 측면에서 식민지주의를 극복한 매우 드물고 귀한 일본 작가임을 알 수 있다.

마쓰다 도키코는 1905년 아키타(秋田)현 센보(仙北)군에서 태어났다. 아라카와(荒川) 광산에서 자란 그녀는 다이세이(大盛)초등학교를 졸업 후 광산사무소에서 타이피스크 겸 급사로 근무하며 광산 노동자의 가혹한 노동현실을 접하고 문학적 정열을 불태우는 한편 사회의식에 눈을 떴다.

1928년 ‘독서신문’에 ‘출산’이라는 단편으로 입선했다. 같은 해 프롤레타리아작가동맹에도 가입했다. 현실참여문학 여정의 돛을 올린 마쓰다는 시, 수필, 평론 등 형식과 장르를 초월하는 활동을 펼쳤다.

해방 후에는 ‘신일본문학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민주주의 문학운동을 전개했다. 실천운동가의 모습으로 ‘마쓰카와 사건’에 관여했고 재판의 불공정함을 지적, ‘진실은 벽을 뚫고’라는 피고의 수기를 간행하기도 했다.

해방 직전 하나오카 사건과 그 사건의 발단이 된 나나쓰다테 사건의 조선인 징용자와 중국인 희생자 문제에도 눈을 돌려 ‘땅밑의 사람들’ ‘유골을 보내며’ ‘뼈’ 등의 작품과 르포를 통해 사건의 진상규명에 매진했으며 제국주의의 가해행위를 세상에 고발했다.

줄곧 일본 제국주의 비판 운동을 전개하다가 61세에 어머니 스에를 테마로 그린 장편 ‘오린 구전’을 발표, 이 작품으로 다키지, 유리코 상을 수상했다. 한 때 아이를 등에 업고 운동을 전개하다가 투옥되기도 했으며, 일하는 곳에서 해고당하는 일이 잦아서 해고(카이코)라는 펜네임이 붙기도 했다.  

그는( 마쓰다 도키코 ) 97세의 만년에도 갱도에서 희생된 조선인들을 애도하며 일본제국주의와 전범기업의 만행을 성찰한 소설 ‘어느 갱도’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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