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2일 공개된 금속활자 12점과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물로 알려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직지)보다 138여 년 이상 앞서는 ‘증도가’ 활자가 공개돼 국내 서지 학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남권희 한국서지학회 회장 겸 경북대 교수는 지난해 9월 2일 금속활자 12점을 공개하면서 “현존하는 고려 금속활자 중 발견된 ‘복’자와 ‘전’자 이외에 새로운 한 자가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보다 138여 년 앞서 출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字, 증도가)>를 인쇄했던 금속활자라고 말했다.

공개 당시 남 교수의 주장에 따라 일파만파 알려진 ‘증도가자’는 역사기록을 뒤바꿀 수 있는 사항이라 문헌ㆍ사학 관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증도가자’는 1232년 이전에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다. 그동안 <증도가>의 존재를 입증할만한 금속활자나 금속활자 인쇄본은 전해지지 않아 <증도가>의 주조 시기나 수량ㆍ인쇄 시기 등을 알기 어려웠다. 다만 인쇄본 활자 규격이 세로 1.0cm 가로 1.0cm 정도로 추정됐을 뿐이다. 하지만 남 교수가 발견한 활자는 <증도가>의 인쇄 활자와 규격이 거의 일치하고 물리적 구성성분을 통해 해당 활자로 추정, 발표된 것이다.

활자 ‘증도가자’는 인쇄본 <증도가>의 기록 연대를 통해 비슷한 시기인 13~14세기로 추정됐다. 하지만 활자 주조 방식의 연구 결과, 직지를 찍은 활자의 주조 방식인 밀랍 주조와는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상하로 분리된 주물 틀에서 분리된 주조 형식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증도가>의 활자 ‘증도가자’라고 밝히는 것은 확실성과 근거 자료가 보충돼야할 것으로 보이며, 계속된 연구가 요구되는 바이다.

남 교수는 “증도가자의 정확한 시대를 찾고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금속활자와 관련이 있는 <동국이상국집>에 대한 논문을 최근 발표, 편집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2월까지 활자 70여 점이 공개됐고, 올해 상반기에 계속해서 집중 조명할 것”이라며 “더불어 활자의 종류도 연구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동국이상국집>은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책으로, 책의 말미에 ‘진양공 최이가 <상정예문> 50권을 금속활자로 찍어 28부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남 교수의 ‘증도가자’ 발표는 대한민국 학계 역사 기록에 중요한 결과를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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