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천지일보 2018.1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천지일보 2018.12.19

징역 1년 6개월~2년 각각 선고

분식회계 의혹 판단 없이 양형

분식회계 기소 안하는 검찰 지적

“상당 증거 확보하고도 기소 無”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9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인 김모(54) 부사장과 박모(54) 부사장에겐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사업지원 TF 소속인 백모(54) 상무와 서모(47) 상무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54) 상무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모(47)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삼성바이오 대리 안모(34)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5명에겐 사회봉사 80시간도 부과됐다.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사안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증거를 인멸·은닉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이로 인해 삼바 분식회계 의혹 관련 형사책임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들이 인멸·은닉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는 위험을 발생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바 임직원들은 관련 자료를 영구히 삭제하려 했고, 바닥에 숨기거나 직원 주거지 창고에도 은닉해 발견을 곤란하게 했다. 긴급대책회의 결정으로 이뤄진 범행수법과 경위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며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은 이 부사장에게 재판부는 “긴급대책회의로 관련 자료 정리를 결정하고 지시해 증거인멸·은닉 범행을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에 대해서도 “자료 정리를 지시하고 수시로 보고 받아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꼬집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상훈 참여연대 실행위원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당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상훈 참여연대 실행위원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당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5

이번 기소된 이들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직접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 내 계열사 경영 현안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이다. 사업지원 TF는 이 미전실의 새로운 이름으로 여겨진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사 서초 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삼성 고위 임원들과 모여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논의한 뒤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부사장도 이 같은 지시를 실무진에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어린이날 이뤄진 회의 이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를 중심으로 증거인멸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지분매입’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등 이름의 폴더에 저장된 약 1㎇의 파일 2156개를 삼성에피스 재경팀 소속 직원들이 삭제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社 상장 현황’ 문건은 작성자를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분식회계 유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타인의 형사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분식회계 사건은 아직 기소도 안 됐고, 기소돼도 범죄성립 여부 등에 대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며 “분식회계 쟁점에 대한 최종 판단 없이 증거인멸·은닉 판단이 가능해 어떤 최종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수 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검찰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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