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외국인 이달 2조 4398억 내다 팔아
단기투자성향 짙어 추가 급락 가능성 적어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연초부터 상승세를 달리던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변심에 힘을 잃고 급락했다. 지난 11일 증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일 대비 31.31p 내린 1977.19로 장을 마감하며 두 달 만에 2000선에서 내려왔다.

바이코리아를 외치던 외국인투자자들이 갑자기 등을 돌린 채 셀코리아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주식을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외국인의 변심, 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 강도는 우리 시장에서 가장 거셌다. 지난 14일 아시아 주요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우리나라 증시에서 2조 4398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다른 아시아 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10일까지 대만증시에서 7억 140만 달러, 태국에서 2억 1200만 달러를, 인도에서 8860만 달러를 팔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대만과 태국, 인도를 합친 것보다 많은 15억 938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21조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2000시대를 견인했던 외국인이 셀코리아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차익실현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한국 증시가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반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게다가 선진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원화강세 가능성은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유경하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신흥국가들이 지난해 증시가 많이 올라 기준금리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다”며 “차익실현에 따라 미국에 돈이 먼저 들어가고 신흥국 중 인도, 브라질 등에서 먼저 빠지고 한국과 대만에서 늦게 빠졌다”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경수 연구원은 “한국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 쉬운 유동성이 좋은 시장”이라며 “지난 2년간 50조 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이 일부를 차익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내부적 요인으로 원화강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주요 신흥국 중에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기 때문에 원화강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불안한 점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 정점은 넘긴 듯”

이제 시장의 관심은 향후 증시의 급락 가능성에 쏠렸다. 외국인이 조금씩 매수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망은 낙관적이다.

일단 지난주 매도세를 주도한 외국인투자자의 중심은 유럽계로, 이들은 주로 단기투자성향을 보이는데 2~3월에 예정된 포르투갈 구제금융 등이 한국 증시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는 이미 정점을 통과해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수 연구원은 “단기투자성향 포지션은 축소되고 있다”며 “선진국의 자산 투자 매력 또한 아직 분기점이 안 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자금플로우는 진행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유경하 선임연구원도 “주요 지지선 60일 선이 무너진 상황이라서 다시 상승추세를 타기는 쉽지 않지만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만에 하나 떨어지더라도 1950선 이하에 도달하면 순매도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이후 공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투자자들의 성향을 볼 때 1950대 이하는 외국인들도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기 힘들다”며 “실제적으로 공격적으로 내다팔다가도 1950p 이하 지점에서는 매도 규모 가능성이 낮았다”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