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다산과 혜장이 거닐던 “유불선 삼도의 길”을 걸으며…
[천지일보 시론] 다산과 혜장이 거닐던 “유불선 삼도의 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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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이렇게 분탕질 치며 살아가야 할까.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 같은 의문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는 삶이란 그저 습관처럼 살아 왔으며, 왜 살아야 하는 건지 향방이 없고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던져보자. 과연 세상은 이런 것이며, 이렇게 살다 죽는 게 인생이며 인생이 목적한 바인가. 분탕질 속에 사는 우리에게 분탕질 대신 고요와 평화는 요원한 것인가. 아니다. 원래 세상은 고요와 평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떤 사연으로 인해 분탕질 치며 살아가야 하니 우리 자신들 생각의 결과며 그야말로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 

그 사연에 대해 여기서 다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세상은 원래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둘, 셋…. 그 이상도 아니고 하나라는 것은 곧 다름이 없기에 다툼과 분쟁이 없고 고요와 평화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으니, 이것이 이치며, 이를 일컬어 태고(太古)의 신비의 세계 곧 평화의 세계라 부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떤 사연에 의해 하나가 갈라지고, 거기서 또 갈라지고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져 분탕질 치니 세상은 요지경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오늘날 자고나면 들려오는 다툼과 분쟁과 전쟁과 같은 아비규환의 세상이 된 것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근본이유는 정치도 외교도 군사력도 아닌 우리의 생각과 사상을 주관하는 靈(神)의 문제다. 신의 세계에서 먼저 발생한 이 땅의 쿠데타와 같은 배반의 역사 즉, 창조주 하나님을 배반한 천사장 루시퍼의 사상이 나아가 배도의 영이 인생들의 사상을 주관하면서부터 세상은 혼돈의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오늘날 지구촌의 현실을 가져온 주범이다. 마치 자동차가 그 운전자에 의해 좌우되듯이, 우리 인간은 신을 모시는 신의 집이 돼 그 신의 조종을 받고 살아가야 하는 나약한 존재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이 과연 어느 신의 조종을 받고 사는지조차 알 수 없고 나아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왜 알려고 하지 않을까. 그러함에도 우리 인생은 부지불식간에 평화의 세계인 본향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 노력과 수고의 결과는 오히려 다름을 더 극대화시키고 다툼과 분쟁을 더 강화시키는 이율배반의 모순된 결과만을 가져왔다는 데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왜일까. 병을 고치려면 의사가 원인을 통해 정확한 처방을 내려야 병을 고칠 수 있는 이치와 같이 아무도 오늘의 분탕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 답은 이러하다. 다름을 가져오고 다툼과 분쟁의 화신을 없애기 전엔 모든 것이 요원할 뿐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게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이 엄청난 비밀을 알게 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종교다. 하지만 종교라는 이름만 가지고 있다고 다 종교는 아니라는 점이다. 종교라 함은 하늘의 것을 보고, 그 본 것을 가르치니 으뜸 종(宗) 즉, 최고의 학문이다. 그런데 왜 세상은 자기도 종교를 찾고 또 신을 의지하면서도 종교를 세상보다 하위개념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터부시 하는 걸까. 이것이 바로 말세의 징조며 잘못된 신의 조종을 받은 결과인 것이다.

종교(宗敎)는 곧 Religion(다시 연결하다)이라 했으니, 루시퍼에 의해 단절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잇고 회복할 것을 알리고 있는 인류 최고의 학문이며 교육인 것이다. 신라 원효대사는 화쟁(和諍)사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수많은 불교의 교리와 교파가 세상을 어지럽힐 때, 원효는 쟁론을 통해 모든 교리가 결국 ‘하나의 사상’을 가졌음을 일깨우는 대 사역을 감당했다.

또 실학의 대부 다산 정약용과 백련사 주지 혜장법사 또한 다산의 서학(실학)과 혜장의 불교는 물론 유교(주역)에 대한 높은 학문에 대해, 그들은 서로 다른 이념과 사상의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신뢰하고 흠모하고 인정하면서 세상의 진리 곧 유불선 역시 결국 하나였음을 깨달았다고 하니, 그들이 왕래하던 조릿대가 무성한 그 나지막한 오솔길을 필자는 ‘유불선 삼도의 길’이라 명명해 봤다.

그렇다. 모든 것이 원래 하나에서 나왔으며, 다시 하나로 회복될 때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다시는 분탕질 없는 고요와 평화의 세계로 회복될 것이다. 몇 날이 지나면 흰 색(하나)으로 통일되고 회복된다는 경자년(更子年), 그 날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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