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말폭탄의 폭발에는 냄새가 없다. 그러나 살기는 충천한다. 꼭 2년만의 전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한 마디가 평양발 전운의 진원지이지만 이미 북한 정권은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대미 ‘선전포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북한은 지난 4일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우리 국가를 염두에 두고 전제부를 달기는 했지만 무력사용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데 대하여 매우 실망하게 된다”고 밝혔다. 곧이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늙다리 망령’ 발언을 재차 꺼내들었다. 

박종천 총참모장은 최근 미국이 자신들을 겨냥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조미(북미) 사이의 물리적 격돌을 저지시키는 유일한 담보로 되고 있는 것이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위세와 허세적인 발언은 자칫 상대방의 심기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만 명백히 말해두지만 자국이 보유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며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경우 우리가 어떤 행동으로 대답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속해 박 총참모장은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현지 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영국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주영국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이번 발언은 다소 수위가 높아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북한이 지난 11월 28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포함, 올해 들어 13번이나 발사체를 발사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대화를 강조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 같은 반응은 기존 태도와 온도 차가 보통 큰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트럼프 식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평가와 함께 내년 대선까지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기 위한 엄포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이달 하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는 공고를 내놓은 상태다. 이 전원회의가 크리스마스 전에 열릴지 지나서 열릴 지는 미지수이지만 북한의 ‘새로운 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건의 중대성을 암시하기라도 한 듯 1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몇 가지 중대한 의논을 진행하였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에 또다시 힘이 실릴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30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기 성과를 위해 대화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이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고, 한반도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의 대북 감시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정상통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했다는 점이다. 제발 2019년의 크리스마스를 향해 달려가는 평양과 워싱턴의 치킨게임이 자제되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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