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그리고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개정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검경수사권조정법안 등 현안 법안들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인가?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드디어 칼을 빼내 들었다. 9일과 10일에 본회의를 열어 당면 현안인 예산안, 민생법안과 패스트트랙 관련법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의지다.

문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이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정기국회 회기내(12.10) 상정하지 않겠다는 안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거부하자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 의장 입장에서는 3당 원내대표가 합의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이 없겠지만 현 상황에서 3당 합의가 쉽지 않다 보니 국회의장으로서 국회 본연의 할 일을 처리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12월 10일에 끝나고, 차기 원내사령탑 선출이 12월 9일이다보니 나 원내대표가 후임자 몫까지 결정한다는 것도 무리이긴 하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마지막 원내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후임 원내대표가 (국회 상황 등을) 마무리해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말까지 이미 했던 것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교체기라서 9일 오전 원내대표가 선출된 후 “한국당 신임대표와 이인영·오신환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오후에라도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은 합당한 말이다. 따라서 3당 원내대표와 문 의장이 합의하려했던 내용은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이 결정된 후에 해도 늦지는 않다.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9일과 10일 본회의에서 내년도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관련 3법안 등을 처리하는 것은 당장 득일지는 몰라도 이후 정국을 더욱 경색되게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미 한국당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식 강경 투쟁이 실패했음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전략적 협상론이 나오기도 하는바, 이는 9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가 대여 투쟁을 하더라도 의회를 포기한 강대강 대결 구조로는 국민과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 의장과 여당이 한국당 원내대표 교체기를 이용해서 밀어붙이기식 해결은 경색 정국을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회 운영에서 원내대표 교체기일 때는 서로 양보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거늘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은 9일과 10일 개회 계획의 본회의를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이후로 미루는 도량을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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