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6.30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6.30

트럼프 요청 한미정상 통화

‘대화 모멘텀 유지’ 재확인

북미, 적대 분위기 격앙돼

文, 북미대화 이끌지 주목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한이 미국에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한미 정상이 북미 비핵화 대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북미 간 3차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이 있었지만 결렬되면서, 정상 간 타결점을 찾는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현안이 산적해있지만 다시 한 번 북미대화 촉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11시부터 3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양 정상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위해 대화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최근 북미 간에는 비핵화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며 강하게 대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하던 중에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경우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에 북한 인민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4일 담화문을 통해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분노했다는 말도 전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에 달려 있다”고 압박을 했다.

플래닛랩스가 5일 촬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위성 사진. 직사각형 회색 엔진시험대 위의 물체는 화물용 컨테이너로 추정. [CNN/플래닛랩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19.12.6
플래닛랩스가 5일 촬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위성 사진. 직사각형 회색 엔진시험대 위의 물체는 화물용 컨테이너로 추정. [CNN/플래닛랩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19.12.6

북한의 움직임도 심상치가 않다. 북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는 엔진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고, 미군은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워 대북 감시 활동을 지속했다.

CNN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한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전에 없던 움직임이 보인다”며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리기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8일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7일 오후 서해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미군은 연일 한반도 상공에 코브라볼(RC-135S) 등 핵심 정찰기 전력을 띄워 대북 감시활동을 지속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북미협상과 관련해 ‘비핵화 이슈’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는 입장의 성명을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보냈고 7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이 보도됐다. 김 대사는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시간을 벌려는 속임수”라면서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말했다. 비핵화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하나의 정치적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제공: 청와대)

한미 정상은 이러한 북미 간 격앙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이번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비핵화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부탁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지난달 25~26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거절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촉진자 역할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다만 최근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대북 관련 대화가 오고갔을 수도 있고 문 대통령은 중국에 남북대화에 중재 역할을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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