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다민족·다종교·다문화로 이뤄진 국가이지만 인종문제나 계층 간의 갈등이 거의 없으며 높은 청렴도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2.7
뉴질랜드는 다민족·다종교·다문화로 이뤄진 국가이지만 인종문제나 계층 간의 갈등이 거의 없으며 높은 청렴도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2.7

 

부패가 거의 없는 청정한 나라

부패인식지수 세계 최상위권 유지

뉴질랜드는 인권을 대단히 중시하며 부패가 거의 없는 청정한 나라다. 무공해 청정지역만큼이나 부패인식지수면에서 매년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음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다민족·다종교·다문화로 이뤄진 국가이지만 인종문제나 계층 간의 갈등이 거의 없으며 높은 청렴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수민족과 약자들을 핍박하지 않으며 존중한다. 이는 공동체에 관용의 정신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통합하고 포용함으로써 조화로운 평화를 이루고 있다. 뉴질랜드는 부패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허용하지 않는다. 늘 부패척결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1988년에 설립된 정부기구인 중대비리조사청(SFO, Serious Fraud Office)이 반부패 중심 기관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관은 부패혐의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철저히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비록 미미한 사건이라도 규칙이나 법을 위반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부패 앞에선 무관용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고수한다고 할 수 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제37대 뉴질랜드 총리를 역임한 헬렌 클라크(Helen Elizabeth Clark)도 재직 기간 중 예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늘 바쁘게 생활해야만 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습.  뉴지랜드는 부패 앞에선 무관용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고수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2.7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습. 뉴지랜드는 부패 앞에선 무관용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고수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2.7

2004년 어느 날 지방을 시찰하던 중 기관장 회의가 늦게 끝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다음 약속 장소에서 열리기로 한 회의시간에 맞춰 도착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녀는 회의시간을 맞추려고 운전기사에게 빨리 운전할 것을 재촉했다.

운전기사는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총리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규정 속도가 시속 100㎞였지만 이를 훨씬 초과한 120~130㎞로 달렸다. 과속을 해서인지 가까스로 회의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총리 차가 이용한 그 고속도로에는 속도위반을 감시하는 스피드 카메라(speed camera)가 없었다.

총리와 운전기사는 과속을 했다는 점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이를 검증할 아무런 장치가 그 도로에 없었기 때문에 안심을 했다. 그러나 며칠 후 총리 차를 상대로 뜻하지 않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같은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운행하던 다른 차 운전사가 총리 차의 과속을 목격하고 신고를 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그들 모두가 뉴질랜드의 주인이라는 의식과 공동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는 결국 과속으로 인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외교부 장관의 경우를 보자. 그는 2014년 7월 공무수행을 하기 위해 보좌관 2명과 함께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 출장을 갔다.

공무를 마친 후 웰링턴(Wellington)으로 돌아오기 위해 서둘러 크라이스트처치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공항으로 가는 도중 심한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도로를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출발시각에 임박해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탑승을 하기 전에 누구나 예외 없이 보안검색을 받도록 돼 있다. 이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직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비행기 탑승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아울러 이를 위해 보안검색을 하면 제시간에 비행기를 탑승할 수 없으니 면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각료임을 내세워 보안검색보다는 비행기 탑승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던 셈이다. 상황 설명을 급하게 들은 공항 직원은 그럼에도 보안검색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들의 강청에 결국 공항 직원은 보안검색을 하지 않고 탑승하게 했다.

 

크라이스트처치공항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2.7
크라이스트처치공항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2.7

며칠 후 뉴질랜드 민간항공국(CAA)은 이런 상황을 알게 되었다. 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심도 있게 회의를 열었다. 외교부 장관 일행의 행동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항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이러한 행위는 공동체의 조화로움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민간항공국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각료가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에만 집착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공항 보안검색을 받지 않은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외교부 장관 일행은 벌금 2천 달러(한화 약 160만원)를 물어야 했다. 그렇다면 교통시설 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교통부 장관에게는 관용이 허용될까.

필 트와이퍼드(Phil Twyford) 교통부 장관의 경우를 보자. 2018년 5월, 그는 며칠 동안 지방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 웰링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인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승무원이 기내 방송을 통해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중단을 요청했다.

전자기기의 사용은 비행기 간 통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마침 아내로부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전자기기의 사용중단이라는 기내방송을 들었지만 이륙 전에 통화를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통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본 승무원이 곧장 달려와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럼에도 교통부 장관은 못 들은 척 이륙하기 전까지 계속 통화를 했다. 지각없고 부적절한 교통부 장관의 행동이었다. 당연히 민간항공국 규정에 반하는 행위였는데, 그는 5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준법을 통해 공중도덕을 지키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또 개인의 자유, 개인의 취향을 추구하되, 어떠한 면으로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자의적 해석이 아닌, 공공의 질서 및 공공의 이익 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자신에게만 관대하기를 바라면서 자의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몇 년 전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 인근에 사는 40세의 ‘닉 로우’라는 남자가 누드로 자전거를 탄 적이 있다. 그가 누드로 자전거를 이용한 도로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회사에서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누드로 자전거를 탄 모습을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사가 목격했다. 급히 경찰에 신고를 했다. 급하게 출동한 경찰이 누드 모습을 보자마자 공중도덕을 어긴 ‘외설적인 행동’으로 간주하여 범칙금 140달러를 부과하였다.

그러자 며칠 후 그는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벌였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누드 행위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목을 끌기 위함이 아니며 옷을 입으면 오히려 불편하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집안에서는 물론, 정원에서 잡초를 뽑을 때도 옷을 입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의 습관에 국가가 자유를 보장하고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세계는 점점 다문화·다정서·다민족 형성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법규 및 공중도덕의 준수는 선진국 진입,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가 아닐까 한다. 부패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 부패척결을 위한 뉴질랜드의 부단한 노력은 신뢰사회의 구축과 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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