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사퇴한 이후 무바라크의 은닉 재산이 이집트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할 조짐이다.

뉴욕타임스는 12일(미국시간) 인터넷판에서 무바라크의 은닉 재산은 7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가운데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의 재산은 20억∼30억 달러로 추산했다.

무바라크 일가족은 재산을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감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빼돌린 것도 문제지만 이집트 국민들의 관심사는 재산 형성 과정이다.

특히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이 재산을 모은 수법에 주목하고 있다.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 은행인 EFG-헤르메스와 손잡고 석유, 철강, 시멘트, 곡물, 육우 등의 거래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떼돈을 벌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가말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정치적 특혜를 받은 적 없다"고 천명했고 가말 역시 정치적 영향력을 앞세워 검은 돈을 벌어들인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특히 무바라크에 맞선 야권은 1990년대에 무바라크가 추진한 주요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을 의심쩍게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무바라크 일가족과 권력층 일가는 국유재산을 헐값에 불하받거나 싼 이자로 은행 융자를 받는가 하면 쉽게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에 손을 대는 등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다.

카이로 아메리카대학 정치경제학과 사메르 솔리만 교수는 "정부 재정을 횡령하는 (수준 낮은) 수법이 아니라 공공 자산을 개인화하는 방법으로 축재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무바라크의 사돈(둘째 아들 알라의 장인)인 마그디 라세키는 카이로 외곽 사막 지역에 인구 50만명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맡은 부동산개발회사 회장을 맡고 있고 신도시 개발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의 아마네이 자말 교수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기 구입을 비롯한 정부 조달 부문에서 많은 부정부패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외국 기업이 이집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떡고물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이 이집트에 지사를 세우면 지분 51%를 이집트 현지인이 갖게끔 되어 있는데 이런 지분이 상당수 무바라크의 두 아들 가말과 알리에게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의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NAC)'은 "무바라크 일가뿐 아니라 장관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바라크 일가족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고 재산 형성 과정을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각국에 숨겨 놓은 금융, 부동산 자산은 이집트 정부와 해당 국가 정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무바라크'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된 군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고, 다른 나라 정부나 금융기관도 흔쾌하게 협조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영국 더럼대학 중동학과 크리스토퍼 데이비슨 교수는 "무바라크가 부정축재 혐의로 법정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독재 정권에서 이제 고작 한 사람만 축출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의외로 검소하게 생활해왔다면서 무바라크 자신은 은닉 재산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미국 외교관의 말을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