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보 作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이정보는 복직과 파직, 좌천을 여러 번 반복했다. 좌천이나 파직된 이유는 탕평책을 반대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한 술 더 떠서 상소문으로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밀고나갔다. 마치 꽃들이 다 질 즈음, 찬바람과 서리에 맞서 홀로 피어나는 국화와 같았다.

시조는 국화에 담긴 선비 정신을 강조하면서 당대 선비들에게 “정신 차리라”는 속뜻을 전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선비에게 걸맞는 품의를 주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먼저 그렇게 행했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파직과 좌천, 승진이 그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대략 짐작케 한다.

사군자 중에 하나인 국화는 선비가 지녀야할 성품, ‘절개’를 나타낸다. 모든 꽃이 봄과 여름에 피어날 때 늦가을에 피는 국화이기에 다른 꽃들보다 더 많은 역경을 겪어야만 하는 국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지조를 꿋꿋이 지키는 국화는 군자의 품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예부터 선비들의 이상향이었다.

유림은 조선을 이끄는 세력이었다. 백성에게 본이 되어야 하고, 국가의 안위를 예민하게 살펴야 하는 위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옳은 것을 굽히지 않는 신념이야 말로 선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한쪽으로 치우쳐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항상 자신의 마음을 경계해야 하고 공의공도를 추구하는 것이 선비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려가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이 되라”

불교의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가 말하는 연꽃도 결국 국화와 같은 존재다. 어떠한 상황 속에 처하든지 마음을 지키는 것이 도리다.

선비의 품의는 겉으로 보기에는 위엄하고 거룩해야 하지만, 내면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언행에 있어서는 이치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을 때 비로소 선비, 군자, 성군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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