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일출은 태산 최고의 절경이다. 새벽이 서서히 밀려나면, 맑은 공기가 싱싱하게 깔리고, 깊은 계곡에 드리운 어둠이 걷힌다. 동방에서 곧장 뻗어오는 새벽에는 희뿌연 대지가 담황색으로 변하고, 곧장 짙은 귤빛으로 변해간다. 하늘에 구름이라도 떠 있으면, 짙은 홍색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하늘 가득히 노을이 물들면, 지평선에 피어나는 아득한 구름과 일체를 이루는 웅장한 스크린이 펼쳐진다. 태양이 솟아오르면, 천지를 밝히는 거대한 등불이 비친다. 순식간에 황금빛이 태산의 군봉을 물들인다. 육지에서 떠오르는 다른 일출과 달리, 태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해의 일출은 장관이다. 붉은 바퀴가 떠오르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반은 해면으로 떠오르고, 반은 바닷물에 잠긴 채, 떠오르지도 잠기지도 않은 상태가 가장 절묘한 순간이다. 명대 우신행의 묘사이다.

“평지에서 연꽃과 같은 빨간 쟁반이 넘실거리는 파도 위로 솟아오른다. 그 아름다운 모습은 달리 말할 수 없어서 그냥 태양이라 하는 수밖에 없다.”

청대 공정선의 묘사이다.

“순식간에 눈썹달을 닮은 홍색이 드러나는 모습은, 칼집에서 섬도를 뽑는 것과 같다.”

태산에서 해상의 일출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에서 동지까지 일출의 방향은 교동반도에서 육지와 가까운 쪽으로 이동을 한다. 밤에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시야가 넓어져서 해상의 일출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육지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기회는 비교적 많다. 하늘이 높고 기온이 서늘한 늦가을과 구름이 비교적 적게 끼는 초겨울에 산 아래에서 서북풍이 불어오거나 비가 온 다음날은 아름다운 일출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여름과 가을에 흰 구름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흰 눈이 나부끼는 것과 같다.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듯이 새털구름이 피어오르고, 수 천 리에 하얀 비단처럼 흰 구름이 평평하게 깔리기도 한다. 구름이 골짜기를 채우면, 망망대해에 하얀 솜이 깔린 것과 같다. 태산은 바다 속의 신선이 사는 섬과 같아지면 운해옥반(雲海玉盤)이라 한다.

비가 내린 다음날은 하늘이 높고 기온은 상쾌하다. 이런 날 저녁 무렵에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송이송이 구름조각이 잇닿은 산봉우리와 같고, 구름과 안개를 뚫고 금빛이 시야로 들어온다. 아침 해는 붉은 빛이지만, 지는 해는 왜 황금빛으로 보이는가? 석양이 비치는 곳으로 잇닿은 구름 봉우리에는, 금빛 찬란한 무늬가 새겨진 문짝이 열리고, 그 사이로 쏟아지는 신기한 광채가 있다. 만약 이 때 구름이 끼면, 노을이 반사되어 더욱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비가 내린 후 석양이 질 때 북쪽을 바라보면, 태산 서북쪽으로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 너머로 금빛의 황하가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때로는 강물에 하늘빛이 반사돼, 꿈틀거리며 흘러가는 모습은, 서남쪽에서 동북쪽으로 천지간의 경계를 그은 것과 같다. 원매는 그것을 세파를 뚫고 은하수로 흘러간다고 묘사했다.

자하사의 문밖에 운무가 짙게 나타나면서 비치는 빛을 불광(佛光)이라 한다. 운무 사이로 강력하게 반사되는 오색찬란한 둥근 빛이 드러나고, 거기에 관람자의 그림자가 반사된다. 신비하기로는 태산에서 으뜸이다. 가장 바깥에 둥글게 빛나는 붉은 광채는 태양과 같다. 안개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이러한 현상이 십 여분 동안이나 계속된다. 둥근 빛의 크기는 운무에 포함된 수분의 양과 비례한다. 수분이 많이 포함되면 둥근 빛의 크기가 훨씬 커지고, 적게 포함되면 작아진다. 불광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는, 안개가 적당하게 끼고 날씨가 맑은 날이다. 상오나 하오에 태양이 비스듬히 비칠 때, 산자락에 드리운 안개 속에 보광이 가장 잘 나타난다. 태산은 잠시 머물 곳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