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김진표 의원이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다. 김진표 하면 경제통, 정통관료 등의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런 말들이 어떤 사람이나 어떤 세력에겐 환영할만한 말일지 모르지만 서민들과 노동자들에겐 최악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반개혁’, 기업 대변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사회주의적인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반대했다. 종교인 과세를 유예시키는데 앞장 선 장본인이기도 하다. 국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높이자는 말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반대했고 론스타 매각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혁 부진으로 고통 받는 우리 사회다. 문재인 정부가 찾아야 할 국무총리는 혁신적이어야 하고 과감하게 개혁을 밀고 나갈 인물이어야 한다. 이게 민심이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 정부가 임기의 반환점에서 개혁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인물을 총리로 지명한다면 문 정부의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정부 주변에 머물고 있는 많지 않은 개혁세력마저 떠나고 말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김진표 총리’를 반대하고 있다. 4일 21개 종교·시민 단체들은 “우리는 마치 자신의 힘만으로 정권을 이룬 것처럼 지금껏 민중의 행복 보다는 일관되게 신정정치를 주장하며 종교특권세력, 재벌, 부동산 투기꾼, 미국자본 등의 기득권을 위해 정치를 해온 김진표를 총리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이 정권의 오만함에 분노를 지나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김진표 총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반대하고 있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이다.

나는 김진표 의원이 한 일을 하나 알고 있다. 8년 전 이야기이다. 반값등록금 운동이 활발히 펼쳐질 때였다. 나는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반값등록금 운동에 참여했다. 시민단체와 정당들이 국회에 모여 함께 회의를 하게 됐다. 통합민주당에선 원내대표을 맡고 있던 김진표 의원과 의원 몇 명이 참석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권영길 대표가 참석했다. 학생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고지서에 반값이 찍히는 반값등록금’을 원했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민주당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김진표 원내대표의 말은 달랐다. 모든 학생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고지서 반값등록금’은 위헌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어서 곤란하다는 것이다. 권영길 대표가 화가 많이 났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이중대라고 비판했다. 그랬더니 민주당의 여러 의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권영길 대표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진표의 반값등록금’은 실상은 새누리당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를 왜 교체하려고 하나? 이 총리가 개혁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큰 문제를 야기하거나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고 국정을 이끄는데 나름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총선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는가 보다. 인물이 없을 리 없다. 그런 사람은 따로 찾아보고 이 총리는 그대로 유임시켜라. 이낙연 총리를 김진표 같은 인물로 교체하면 국회 인준은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최악의 인사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로 총리를 지명하고 총리 후보가 깨끗하고 특별히 문제될만한 언행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최선이겠지만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볼 때 기대난망이다. 여야의 대립이 심각해진 현 시점에서 진보 인사로 총리를 지명한 뒤 총리후보의 문제가 불거져서 만신창이가 되거나 낙마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못하는 정부가 될 것이다.

김진표 의원을 총리로 임명한다면 문 정부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부든 국가든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과 역행하는 길을 가게 되면 함께 가는 사람들은 점점 줄거나 없어진다. 결국 역주행에 이해를 갖는 무리들로 가득 채워져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만다. 이게 세상의 이치다. 김진표 총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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