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학외적으로 시간대 좁혀 영장 재신청할 듯
남편측 "추정치 내놓는 건 납득 안가" 부실수사 주장

(서울=연합뉴스)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마포경찰서가 남편 A(31)씨의 구속영장 재신청을 준비하면서 사망시각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애초 경찰은 부인 박모(29ㆍ여)씨가 숨진 시각을 남편과 마지막으로 함께 있던 약 13시간 사이로 추정했지만 법원은 "사망시각의 범위가 너무 넓고 사고사(死)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차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13일 경찰과 A씨 변호인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의학적으로는 범위를 줄이기 어렵다'며 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지만 A씨 측은 '사망 추정 시각을 왜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느냐'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시신 발견 후 검안과 관련 검사를 했는데도 10여시간 사이라는 추정치만 내놓은 것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다분히 A씨에 혐의를 둔 주장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한 의대의 법의학과 교수는 "시신온도와 시반(屍斑ㆍ시신의 반점), 부검의 위(胃) 내용물 등을 종합하면 13시간 사이보다는 더 구체적인 시간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추정 시각을 의학적으로 재검증하는 것은 오차가 생길 개연성이 커 자칫 A씨의 알리바이를 부당하게 합리화할 위험이 있다고 반박한다.

경찰은 이에 따라 박씨의 휴대전화 사용기록과 현장증거 등 의학 외적으로 사망 시간대를 좁혀 2차 영장에 기재할 예정이다.

마포서 관계자는 "(시간대와 관련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얼마나 (시간 범위를) 좁혔는지는 당장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임신 9개월 상태인 지난달 14일 오후 5시5분께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의 욕조에서 숨진 채 남편 A씨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13일 오후 5시45분께 부부가 전날 외식 후 귀가한 때부터 14일 오전 6시47분께 A씨가 집을 나간 시점까지 약 13시간 사이에 박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A씨는 "전공의 시험공부를 하려고 14일 아침 대학 도서관에 공부하러 갈 때에도 아내에게 별 문제가 없었다"며 경찰의 사망추정 시각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의 목과 머리 등에 외상이 있고 침실에서 혈흔이 발견돼 부부싸움 끝에 박씨가 숨졌을 개연성이 크다며, 이르면 주초 과실치사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사망 추정시각은 1995년 '치과의사 모녀피살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꼽혔었다.

당시 수사기관은 법의학자들이 추정한 사망 시각을 토대로 외과의사 이도행씨가 아침 출근 전 아내(치과의사)와 두 살짜리 딸을 살해한 것이 확실하다며 이씨를 구속기소했고 1심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시신의 상태로 사망시각을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외국 법의학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범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지난해 공소시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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