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12.4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12.4

사드 이후 5년 만에 서울 회동

인문교류위 가동·해양협력대화 신설

완전한 교류 정상화에 입장차 여전

시진핑 방한 등 정상회담 등 논의

북핵불용, 공감…왕이 “北입장 경청”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회담을 갖고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해야 하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이 한류 금지와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등으로 대응한 한한령(限韓令) 조치가 철회될지 주목된다. 다만 실질적인 교류를 언급한 부분에서 다소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미사일 배치 문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에서는 중국의 외교적 영향권 안에 한국을 포함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청사 회담과 용산구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 만찬을 통해 양국 현안과 한반도 정세, 지역 사안 등을 논의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지난 2015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이후 4년 9개월 만에 다시 이뤄졌다. 이날 회담은 예상시간인 1시간 30분을 넘어 2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한중인문교류촉진위와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하고, 국장급 협의체인 해양사무협력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중 인문교류촉진위는 인적교류를 주관하고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의 국빈 중국 방문 당시 정상 간 합의 사항이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한령 해제 여부’에 대해 “촉진위에서 양국 인적교류와 협력 사업을 전체적으로 펼쳐놓고 논의하게 된다”며 “양국관계를 정상 궤도로 가져가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사드 보복 철회, 사드 철회 등 직접적으로 한중 양측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경제, 투자, 체육, 문화, 관광 등의 교류 심화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왕 부장은 교육, 체육, 지방청소년 교류 위주로만 언급해 여전히 정상화를 이루기에는 거리감이 있음을 보였다.

회담에서는 사드 갈등 이후 5년째 방한을 미뤄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과 내달 하순 한중 정상회담도 논의됐다.

양 장관은 정상교류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이달 하순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문 대통령의 방중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 계기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양자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왕 부장은 회담 후 ‘시 주석의 내년 초 방한’ 질의에 “우리는 이웃 나라며 고위층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며 “채널을 통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차량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12.4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차량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12.4

미국의 중거리핵전략(INF) 탈퇴와 중거리미사일 배치 시도 등에 대해서도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 다른 국가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일방주의·패권주의가 세계 안정과 평화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중 간 무역협상과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안) 제정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가운데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한중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가운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자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의 이러한 표현에 대해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한뿐 아니라 한국도 자국의 외교 영향권에 두겠다는 의미이며 미국과 한국에 대한 메시지로 분석하고 있다.

왕 부장은 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경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대일로’에 대해 “양 장관은 우리 신남방·북방 정책과 중국 일대일로 구상 간 구체 협력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말 시한을 둔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해서도 양측은 폭넓게 논의했다.

양측은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과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북미대화를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 나가고 한반도 안정을 위해 긴밀히 소통 및 협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왕 부장은 북한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왕 부장은 “조미(북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도출된 중요 합의는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며 “조선(북한) 측의 안보와 발전, 합리적 관심사는 마땅히 중시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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