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금속활자본 <직지> 복제품 ⓒ천지일보(뉴스천지)

‘직지’가 맞고 ‘직지심경’이 틀린 이유

[천지일보=김지윤, 이지영 기자] 예나 지금이나 줄임말이 유행이었나 보다. 누런 표지의 좌측 상단에 ‘직지(直指) 하(下)’라는 제목이 붙여져 원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보다 <직지>로 잘 알려진 금속활자본이 대표적이다.

14자씩이나 되는 긴 제목은 마치 암호와도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목만 알아도 이 책이 무슨 목적으로 쓰였는지, 저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고려시대만 하더라도 승려를 높여 화상(和尙)이라 불렀다. 즉, 제목을 찬찬히 살펴보면 ‘백운이라는 스님이 <불조직지심체요절>의 원문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뽑아 기록(抄錄)했다’는 내용이다.

‘직지심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금속활자본 <직지> 원본의 아래 부분을 보면 또렷하게 ‘직지심경’이라고 필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지>의 내용은 경전과 달리 역사와 전기를 다룬 역사적 이야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조직지심체요절>에서 필요한 내용만 뽑아 적었기 때문에 불경이 될 수 없다. 고로 흔히 부르는 ‘직지심경’은 잘못된 표현이다.

다시 겉표지를 살피면 가운데에 흘림체로 쓰인 프랑스어가 있다. 총 3줄로 표기됐는데 ‘1377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은 가장 오래된 한국의 책이다’라고 소개한다. 또한 표지는 사방연속으로 격자무늬가 있고 마름모꼴 안에 연꽃 모양이 미세하게 인쇄됐다.

이승철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러한 표지가 유행한 시기는 18세기 이후”라며 “현재 표지는 원래의 것이 아니라 후대에 새롭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직지>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가 나오는데 ‘갈(葛)’이라는 한자를 볼 수 있다. 이는 콜랭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성(姓)만 쓴 것이다. 플랑시의 한국이름은 갈림덕(葛林德)이다. 그는 구한말 주한프랑스 대리공사로 임명되면서 <직지>를 수집해 자신의 성을 책에 기록했다. 플랑시의 손에서 떠난 책은 경매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금속활자본 하(下)권 1책은 총 39장으로 구성됐는데 첫 장이 사라졌다. 이 같은 사실은 책의 쪽수를 표시하는 책장의 차례가 ‘2(二)’부터 시작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아울러 본문 하권의 첫 장 첫 구절에 ‘아호대의 스님이 내리는 좌선의 지침(鵝湖大義和尙坐禪銘)’이라는 기록이 있어야 하지만 공란으로 처리됐으며 바로 ‘대주선사(大珠禪師)’부터 나타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속활자본 <직지>는 상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앞 장이 떨어진 바람에 제1권 본문의 첫머리에 있는 서명(卷首題)을 알 수 없으나 책 말미에 나오는 제목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권말에 나오는 제목과 더불어 마지막 부분에 ‘우왕 3(1377)년 7월에 청주목 외곽에 있었던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宣光七年丁巳七月 日 淸州牧外 興德寺 鑄字印施)’했다는 글귀가 있어 간행된 시기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연화문인인 석찬과 달잠, 시주자 비구니 묘덕 등 금속활자본 간행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인물들이 나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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